[폭우 피해] 춘천 의암호 1명 사망-5명 실종
이날 오전 11시 반경 춘천시 서면 의암호에서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돼 승선했던 8명 가운데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이들은 의암호 선착장 앞에 설치해뒀던 수질 개선용 인공 수초섬이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기 시작하자 고정 작업을 벌이기 위해 출동했다. 1명은 자력 탈출했고 1명은 구조됐으나, 실종자를 찾지 못해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출동한 8명 중 5명은 수질 개선 업무를 맡고 있던 춘천시 소속 기간제 근로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 물속 와이어에 걸리며 3척 순식간에 전복
6일 오전 10시경 한 시민이 의암호 선착장 앞 인공 수초섬이 떠내려간다고 춘천시에 신고를 했다. 이에 오전 10시 10분경 관리업체 직원 1명이 탄 고무보트 1척과 시 소속 기간제 근로자 5명이 탄 관공선이 이를 막으려 출동했다. 하지만 물살이 너무 거세 이를 막을 수 없어 오전 11시 2분경 112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선박 가운데 고무보트가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의암호에 가로질러 설치된 와이어에 걸렸다. 이 와이어는 민간인들이 댐에 접근해 위험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해둔 것이었다. 하지만 집중호우 탓에 의암호 수위가 높아져 와이어는 수면에 잠겨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고무보트를 타고 있던 업체 직원을 구하려 경찰정과 관공선이 긴급히 접근했지만 결국 3척이 모두 전복되고 말았다.
전복 직후 관공선에 타고 있던 A 씨(60)는 자력으로 탈출해 육지에 올라왔다. 하지만 나머지 7명은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 배 3척과 실종자 모두 폭 13m의 의암댐 6번 수문을 통해 하류로 떠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의암댐은 최근 계속된 집중호우로 수위가 높아져 2일부터 수문을 열고 방류 중이었다.
낮 12시 반경 사고 지점과 약 13km 떨어진 춘성대교 인근에서 관공선에 타고 있던 B 씨(68)를 구조했다. B 씨는 탈진한 상태였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후 오후 1시경 사고 지점과 약 20km 떨어진 경기 가평군 남이섬 선착장 인근에서 관공선에 타고 있던 C 씨(68)도 발견됐으나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을 거뒀다. 경찰(54)과 30대 시청 직원, 50대 기간제 근로자 2명, 업체 직원(47)은 오후 10시 현재 발견되지 않았다.
○ 유족들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 분통
C 씨의 빈소는 이날 인근의 한 병원에 차려졌다. 유족들은 “이 물살에 배에 태우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이번 사고는 자연재해로 발생한 게 아니라 인재”라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춘천시에서 근무하다 8년 전 정년퇴임한 C 씨는 기간 근로제 형태로 고용돼 수질 관리 업무를 도맡아 왔다. C 씨의 처남 김모 씨(47)는 “가정 형편 탓에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모시면서도 항상 성실했다”고 전했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인공 수초섬 고정 작업을 꼭 이런 날 했어야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의암댐은 최근 집중호우로 수위가 높아지며 2일 밤부터 수문 9개를 열고 초당 1만677t을 방류하고 있었다. 2∼6일 춘천에는 485mm의 비가 내렸다. 일각에서는 “위험한 작업 환경에 기간제 근로자들 다수를 출동시킨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춘천시 환경과 관계자는 “댐이 열린 상태에서 작업해선 안 된다”면서도 더 이상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고가 접수된 이상 현장 확인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춘천=이청아 clearlee@donga.com·박종민·이인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