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개인기·전략으로 역전 노리겠지만 유권자 믿음을 다시 얻을지가 진짜 승부처
장택동 국제부장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이다.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중에 누가 당선될지를 묻는 것이다. 필자는 대체로 “지금 투표를 한다면 바이든 후보가 유리하겠지만 앞으로 석 달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답한다.
‘잘 모르겠다’는 말을 에둘러서 표현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선거에서 3개월은 당락이 바뀔 수 있는 긴 시간이다. 한 예로 2016년 미국 대선 약 3개월 전이었던 8월 7일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 확률은 83%,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은 17%라고 보도했다. 그래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유 있게 앞서고 있어도 승패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기간 동안 자신의 이런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을 총동원할 것이다. 판세를 뒤흔들 만한 이른바 ‘10월의 서프라이즈’를 꺼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수도 있고, 침체된 경기가 급반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넘기 어려운 벽이 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4년 전에는 그의 신선함이 약점을 가려줬겠지만 유권자들은 이제 그가 누구인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안다. 그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도 반영될 것이다. 그래서 유권자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 결정적 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었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ABC 방송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대응에서 트럼프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
그는 마스크를 써야 할지, 봉쇄 조치를 취할지, 언제 경제활동을 재개해야 할지 등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난의 화살은 중국과 다른 관료, 주지사들에게 돌리고 책임은 피했다. ‘살균제 인체 주입’ 발언은 전문가들을 경악하게 했다. 정부와 과학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은 작아졌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실망하는 목소리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공정해야 할 대선 관리를 놓고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갑자기 ‘대선 불복 가능성’을 언급하더니 ‘대선 연기론’까지 꺼내 들어서 공화당 의원들조차 아연실색하도록 만들었다. 민심은 쉽게 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심축은 무겁다. 그래서 선거 결과를 보면 정치권의 예상을 뛰어넘는 냉철하고 엄격한 평가가 담겨 있을 때가 많다.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얻으려면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국민의 판단이 대선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장택동 국제부장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