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스포츠부 기자
골프에 입문한 지 5개월 만에 처음 골프장 라운드를 간 30대 회사원 A 씨는 동반자들에게 짓궂은 핀잔을 들었다. 반년 가까이 꾸준히 레슨을 받았다고 하기엔 어드레스나 그립 등 기본기가 어설펐기 때문.
A 씨가 실력이 늘 수 없었던 이유는 레슨 프로에게 있었다. A 씨는 실내 스크린골프연습장 사장이자 ‘자칭’ 프로골퍼에게 주 3회 레슨을 받았다. 정식 레슨프로 자격증도 없는 A 씨는 “회원님의 몸이 뻣뻣하다”, “나처럼 하시면 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체계적인 교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자칭 프로골퍼는 낮술을 하고 와 얼굴이 벌건 상태에서 레슨을 하다 졸기도 했다.
레슨에 대한 불만이 쌓여도 환불은 어렵다. 40대 B 씨는 3개월 등록 후 레슨을 받다가 실력이 늘지 않아 중도 환불을 요청했다. 답으로 돌아온 것은 “환불 불가”. 어떤 근거나 규정도 없었지만 연습장 사용 기간을 늘려줄 수만 있을 뿐, 환불은 안 된다는 답만 돌아왔다. 심지어 회원을 모은 뒤 웃돈을 받고 골프연습장을 타인에게 넘겨 애꿎은 회원만 피해 보는 경우도 있다. 회원들에게는 어떤 사전 설명도 없었다. 50대 자영업자 C 씨는 “애초부터 돈벌이 수단으로만 회원을 모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는 다른 종목보다도 기본기가 매우 중요한 운동이다. 처음 배운 자세가 평생을 가기 때문에 첫 단추를 잘못 끼울 경우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허리, 손목, 팔꿈치 등의 부상 위험까지 있다.
호주프로골프협회 소속 조윤성 프로는 “우선 레슨 프로가 국내외 공인된 투어나 기관의 자격증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게 필수”라며 “그 뒤 연습 레슨을 통해 프로가 얼마나 꼼꼼하게 가르쳐주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불 불가’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단속 등 관계 당국의 제도 개선도 요구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연간 이용객 수는 2009년 2578만 명에서 2019년 3896만 명으로 늘었다. 대중화 바람이 거세진 골프가 생활 스포츠로 정착하려면 레슨 시장에 대한 개선책 마련도 시급하다.
김정훈 스포츠부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