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피해] 손놓고 있다 키운 수해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시에도 주말인 1, 2일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이틀 만에 7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청와대는 3일 오전에서야 경남 양산시 사저에 내려가 있는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3∼7일)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청와대는 4일에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 인명 피해 속출하는데 ‘컨트롤타워’는 뒷북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6일 오후 7시 반 기준으로 올해 7, 8월 집중호우로 발생한 인명 피해는 41명에 이른다. 26명이 목숨을 잃었고 15명이 실종됐다. 특히 1∼6일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로만 18명이 숨졌고 15명이 실종됐다. 지난달에도 남부지방 등에 집중호우가 내려 8명이 사망했다.
비상 3단계로 대응 수위를 강화한 뒤에도 3일 오후에는 경기 평택시 청북읍에서 공장 뒤편에서 토사물이 쏟아져 3명이 사망했고 충남 아산시에선 하천 급류에 2명이 쓸려 실종되는 등 인명 사고가 이어졌다.
이번 피해는 2011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78명의 인명이 희생된 이후 9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다. 당시에는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와 강원 춘천시의 펜션 매몰 사고로 인명 피해가 컸다. 한국방재학회장인 박무종 한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가을철 태풍이 오기도 전에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장마가 언제 종료될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더 많은 피해가 발생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재난 대응 최전선’ 지자체도 우왕좌왕
지방자치단체 역시 부실한 예방 조치와 초동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 3일 경기 가평군 가평읍에서 흘러내린 야산의 토사가 펜션을 덮쳐 3명이 사망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펜션 위쪽 토지는 지표면 기준으로는 경사가 15∼20도 수준으로 산지관리법 시행령과 가평군 조례인 25도 기준에 부합했다. 하지만 위쪽 토지 아래 암석을 포함하면 경사는 35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 허가를 내주는 지자체가 암석의 경사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가평읍 펜션 사고 현장을 찾았던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가파른 경사 바로 근처에 펜션을 짓도록 허용해주니 토사 붕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3명이 사망한 부산 동구 지하차도의 침수 사고도 지자체가 시설 관리에 더 신경을 썼다면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 이 지하차도에는 분당 20∼30t의 물을 빼내는 배수펌프가 있었지만 사고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 사고 1시간 반쯤부터 호우경보가 내려 침수 가능성이 예상된 상황이었지만 지하차도 입구에서 출입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출입구에 부착된 전광판에 침수 여부를 알리는 안내 문구도 없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재난 상황의 최전선에서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인력도 부족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탓에 각종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자체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민구 warum@donga.com·김태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