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1867년 쥘 베른은 과학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발표했다. 인간이 포탄 속에 타고 달나라로 가는, 과감한 상상력이 담긴 소설이다. 그로부터 약 100년 후 1969년 아폴로 11호는 달에 착륙했다. 공상과학 같은 상상력도 놀랍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멀리 치워버리지 않은 점이 더 놀랍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멋진 과학적 상상력이 아닐까. 얼마 전 뉴스에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조립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깜짝 놀랐다. 핵융합실험로에서 핵융합 발전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일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같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1985년이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옛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미소 군축협상에서 전격 합의해 진행된 프로젝트다. 2003년 한국이 뒤늦게 ITER 프로젝트의 정식 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국제핵융합실험로는 2025년 완공을 하고, 2040년 핵융합 발전 가능성을 실험하게 된다고 한다. 55년간의 프로젝트가 완성을 향하고 있다.
각설탕 1개 반 정도 되는 약 7.1g의 수소가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에너지는 지구에서 1년 동안 석유와 석탄을 태워 만들어낼 수 있는 에너지의 10배다. 여기서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는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 ‘E=mc2’ 공식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핵융합 방법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어떤 방법보다도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점과 안전 면에서 원자력 발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가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다. 바이러스의 공격도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하루하루 전쟁터 같은 상황이지만 지구의 삶은 진행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해 앞으로 나가는 일이 아닐까. 전쟁터에서 사과나무를 심는 것처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