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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 75년… 고통 여전한데 아직도 핵실험 진행중

입력 | 2020-08-07 03:00:00

美-러시아 등 ‘가상 핵실험’ 활발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보이’는 13kt(킬로톤)의 폭발력을 보였다. 사흘 뒤인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두 번째 원자폭탄 ‘팻맨’은 폭발력이 21kt에 이르렀다. 각각 TNT 폭약 1만3000t과 2만1000t을 터뜨린 것과 맞먹는 규모다. 1996년 유엔은 이처럼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는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채택해 현재 184개국이 서명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핵실험은 조용히 계속 진행되고 있다. 직접 대규모 폭발을 일으키지 않을 뿐이다.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상 핵실험이다. 핵심 설비는 슈퍼컴퓨터다. 노후화된 핵무기를 필요에 따라 다시 개조하는 과정에서 물성 및 효율을 분석하는 역할을 맡는다. 시간이 지나면 핵탄두에 장착된 원료인 플루토늄도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도 슈퍼컴퓨터가 쓰인다. 이렇게 예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핵무기의 성능과 안정성을 점검한다. 핵융합 시설도 중요한 설비로 꼽힌다. 레이저를 이용해 핵융합을 일으키는 기술을 활용하면 핵무기가 폭발하는 순간의 환경을 재연할 수 있다.

미국은 1995년부터 매년 40억 달러(약 4조756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핵무기 관리프로그램(SSP)이라는 가상 핵실험을 진행해 왔다. 핵무기의 성능과 신뢰성, 안정성을 검증하는 게 목적이다. 미국은 1992년 9월부터 모든 핵실험을 중단했지만, 이미 보유한 핵무기를 보수하고 신뢰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핵안보국(NNSA) 산하 로런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샌디아국립연구소는 미국의 핵실험을 이끄는 핵심 연구기관이다. 이들 연구소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탄탄한 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 예산은 198억 달러(약 23조5323억 원)로 지난해보다 약 20% 늘었다. 현재 1위 슈퍼컴퓨터보다 7.5배 빠른 엑사급 슈퍼컴퓨터 ‘엘 카피탄’ 도입도 결정했다. 2022년 도입되면 핵실험 관련 3차원(3D) 시뮬레이션 역할을 본격적으로 맡게 된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1만 개를 웃도는 핵무기를 관리하다 2000년대 중반 4000여 개로 줄였다. 하지만 관리프로그램을 통해 잠수함 ‘트라이던트2 D5’의 탄도미사일 탄두를 개량 탄두인 ‘W76-2’로 교체하는 등 미국 핵전력을 가다듬고 있다.

러시아도 핵실험을 중단한 1990년 이후부터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핵실험을 하고 있다. 2012년 러시아 국방부 당국자는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성능을 확인하고 전략적 핵전력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해 핵무기에 장착된 핵탄두를 대량으로 교체했다.

6월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 등 9개 핵보유국이 가지고 있는 핵탄두 수는 지난해보다 전체적으로 줄고 있지만 한편으론 핵 현대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의 핵 현대화가 두드러져 지상발사와 잠수함발사, 전략핵폭격기 등 3대 핵전력 모두에서 현대화를 이루고 있다”며 “전체 핵탄두 중 배치돼 있는 것은 약 3720기이며, 특히 1800기 가까이는 ‘고도의 작전경계태세’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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