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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시위대 “부패한 우리 정부 지원말라” 절규…군, 최루탄 발사

입력 | 2020-08-07 10:46:00

마크롱 "프랑스 원조가 부패한 손에 가지 않게 할 것"




레바논 보안군이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 참사에 항의하는 반(反)정부 시위대를 강제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미셸 아운 대통령은 지난 4일 폭발 참사 직후 베이루트에 2주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치안유지권을 군에 넘긴 바 있다.

7일(현지시간) 레바논 국영 NNA통신과 프랑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반정부 시위대 수십명이 베이루트 중심부에 위치한 의회 초입으로 몰려나와 불을 지르고 경비 병력에게 돌을 던지며 의회 진입을 시도했다. 일부 시위대는 의회 인근 상점가를 파괴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기득권 세력의 뿌리깊은 부패를 비난하면서, 세계 각국들을 향해 심지어 “부패한 우리 정부에 지원금을 주지말라. 다 빼돌린다”고 피 토하듯 절규하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NNA는 경찰이 반정부 최루탄을 발사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부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LBCI는 7일 오전 6시 현재 시위대는 모두 해산됐고 거리는 평온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시위대는 만연한 부패와 폭발 사고 등을 비난하면서 레바논 정치권의 고착화된 기득권을 타파할 것을 요구했다. AFP는 시위대는 소규모였지만 폭발과 정부의 무능에 격분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와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폭발 참사 잔해 수습을 돕던 자원봉사자 100여명은 이날 베이루트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둘러싸고 “국민은 정권의 퇴진을 원한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라고 외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원조가 부패한 손 속으로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정치 협약을 요청하기 위해 모든 정치 세력과 대화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들(부패 관리)을 돕기 위해 여기 온게 아니다”라고 수차례 외치기도 했다.

지난 4일 베이루트 도심과 인접한 항만 창고에서 질산암모늄 2750t이 폭발해 사망자 100여명과 부상자 5000명, 이재민 30만명이 발생했다. 경제적 피해 규모도 150억달러(약 17조78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레바논 당국은 지난 2014년부터 고위험성 폭발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해온 것으로 알려져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친(親)헤즈볼라 성향인 미셸 아운 대통령과 하산 디아브 총리 등은 투명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공약했다. 당국이 5일 진상조사위를 출범했지만 희생자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 대부분이 국민이 불신하는 고위 관료라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조사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