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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치 미리 올려” 집주인 ‘배짱 호가’…세입자 속수무책

입력 | 2020-08-07 14:07:00

임대차 2법 시행 후 매물 부족 확산…곳곳서 신고가
집주인 우위 시장 지속…신규 세입자 불안감만 고조
與, 신규 계약 상한제 적용 검토…조기 시행 안갯속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영향으로 서울 곳곳에서 아파트 전세가격 신고가 경신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강남권 등 거주 선호 지역은 올해 학군 수요와 정비사업 이주, 재건축 실거주 요건 강화 등의 영향으로 가뜩이나 전세 매물이 부족하던 터였으나 임대차 2법 시행 이후에는 전세난이 더욱 심화했다.

이에 4년 치 전셋값을 미리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의 ‘배짱 호가’까지 나오면서 임대차2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신규 계약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 59.9㎡는 임대차2법이 시행된 지난달 31일 8억5000만원(20층)에 계약이 체결돼 종전 최고가(8억2000만원)를 경신했다.

지난 1일 강남구 대치동 대치 SK 뷰 전용 84㎡도 16억8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되며 최고가를 넘어섰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도 지난 4일 전용 84㎡가 17억원에 거래돼 종전 최고가를 넘어섰다. 또 서초구 타워팰리스 3차 전용 141㎡도 지난 5일 종전 최고가(18억원)와 같은 금액에 거래가 성사됐다.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초고가 전세시장은 오히려 상승의 보폭을 벌리는 모습이다.

중저가 전세시장도 불안한 흐름을 나타내기는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일부 지역은 전세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하자 ‘배짱 호가’가 출몰하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K 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5억5000만원(18층)에 최고가 거래가 체결됐으나 이후 4억원 수준에서 전세를 이어왔다. 임대차 2법이 시행되던 지난달 31일에도 4억3000만원(6층)에 손 바뀜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집주인이 내놓은 호가가 6억원까지 치솟았다. 최고가 거래를 감안하더라도 일시에 2억원 가깝게 오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규제 시행 전 4년 치 전셋값을 미리 올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세 매물이 적어 집주인 우위인 상황에서, 임대차 2법 시행으로 부동산 시장이 혼란스러워지면서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호가가 시세 대비 높아 거래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매물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변 호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 전셋값도 상승 기울기가 가팔라졌다.

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17% 상승했으나, 지은 지 5년 이하 신축은 이보다 높은 0.21%가 올랐다. 전세 수요자들이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실거주 강화 등의 영향으로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감정원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시장은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집주인 우위 시장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대차 2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신규 계약자들의 경우 집주인의 급격한 인상 요구를 속수무책으로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매물 자체가 많은 상황에서 일부 집주인은 호가를 급격히 올리거나, 기존 전세 매물을 월세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관측되면서 전세 부족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입자가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수급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우에 따라서 신고가 경신 사례가 추가로 더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신규 전세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신규 전세 계약도 기존 계약과 마찬가지로 최대 5%의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광온 의원이 신규 계약에 5% 상한선을 두는 안을 제안했고, 홍익표 의원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이달 내 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위헌 논란에 직면할 수 있어 조기 시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