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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선 전공의들 “의대 정원 확대 전면 재논의”

입력 | 2020-08-07 15:05:00

"'덕분에'라더니 단물 빠지니 '적폐' 취급"
"의료 정책 수립에 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전공의·의대생·교수들 대부분 집단행동에 공감"




인턴, 레지던트로 불리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7일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약 1시간 40분 가량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젊은 의사 단체행동’ 집회를 진행했다.

대전협은 결의문을 통해 “제대로 된 논의와 아무런 근거도 없이 4000명 의대 증원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려는 행태는 정부의 정책 결정에 정작 국민의 건강은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를 코로나 전사들이라며 ‘덕분에’라고 추켜세우다 이제 단물이 빠지니 적폐라고 부르는 정부의 이중적인 행태에 토사구팽이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는 무분별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에 대해 전면 재논의 하라”며 “정부는 모든 의료 정책 수립에 젊은 의사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내과 전공의 서연주씨는 사전 배포한 글에서 “젊은 의사들이 제 목숨처럼 돌보던 환자들을 떠나 이 자리에 섰다”며 “정부도, 병원도 젊은 의사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키워야 할지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씨는 “엉망인 의료체계를 만들어 놓고도 정부는 아직도 쉬운 길만 찾으려 한다”며 “제대로 배우고 수련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은 대한민국엔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솔이 서울성모병원 내과 전공의는 자유발언에서 “의료라는 것은 한 번의 실수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사전 논의 없이 급히 신설된 공공의대에서 양성된 의사들이 터무니없는 의료사고를 내지 않을 만큼 의료의 질을 유지할 자신이 있느냐”며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정말 수급이 어려운 특정과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지역의료를 강화할 자신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기 전에 ‘왜 특정 과들이 인기가 없는지’, ‘왜 의사들이 지방에서 근무하기 원치 않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정부 요구안을 통해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 의대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통할 것 ▲전공의-정부 상설 소통기구 설립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전공의 관련 법령 개정 등을 요구했다.

당초 경찰은 약 30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집회 장소인 여의대로 4개 차선이 빽빽하게 채워졌고, 인근 여의도공원까지 참석자들이 몰렸다. 주최측은 6000명 이상이 집회에 참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3년차 전공의는 “(업무 중단에) 참여한 인력은 70% 정도지만, 나머지도 환자를 내팽개치고 나올 수 없어 병원에 남은 것 뿐이지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이 사안에 대해서 연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내버려 뒀다가는 오늘 하루 휴진해서 생길 수 있는 피해보다 그 이후 발생할 피해가 훨씬 막대할 것이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분야는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지지만 의사들은 의료 지식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의사 수를 늘리면)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비윤리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피부과 2년차 전공의는 “국민 여러분들께는 죄송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이야기할 기회를 안 주셔서 이렇게 나오게 됐다”며 “인턴들, 전공의들, 학생들 뿐만 아니라 펠로우(임상강사), 교수님들도 대부분 한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일단 우리와 대화를 해야할 것 같고”며 “대화를 안해준다면 우리는 이렇게 단체행동으로 보여드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전협은 이날 서울을 비롯해 제주, 강원, 대전·충청,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전북 등 8개 지역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 후에는 지역 별로 철야 정책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대전협은 이날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업무를 전면 중단했다. 다만 의료 공백을 피하기 위해 일부 필수 인력은 병원에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들이 파업에 나선 것은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전문의들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 오는 14일 총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