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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댐 방류속 ‘인공섬 작업’ 지시는 누가…업체-춘천시, 주장 엇갈려

입력 | 2020-08-07 21:34:00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춘천시 서면 의암호 사고 당시 강한 물살에 휩쓸려가는 인공수초섬을 고정하려는 위험천만 작업이 이뤄진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가 난 6일 오전 의암댐 수문은 총 14개 중 9개가 열린 상태로 초당 1만t의 물이 하류로 방류되고 있었다. 의암댐 상류에 있는 춘천댐과 소양강댐에서도 초당 7000t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었다. 배를 띄워 작업을 하기에는 살인적인 유속이었다. 인공수초섬의 유실을 막기 위해 고정 작업에 나섰다 전복된 선박 3척은 의암댐 6번 수문을 통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 급류 속 작업 경위 두고 주장 엇갈려

이 사고로 기간제 근로자 이모 씨(68)가 사망했고, 춘천시 이모 주무관(32)과 기간제 근로자, 민간업체 직원 등 5명이 실종됐다.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업체와 실종자의 가족들은 “춘천시의 지시에 따라 작업에 나섰다”고 주장하는 반면, 춘천시는 “작업을 만류했다”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암호의 인공수초섬을 관리하는 민간업체 직원들은 사고 전날인 5일 오후 시 관계자로부터 “소양댐 방류로 인공섬이 걱정되니 현장에 도착해 대기하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직원들은 이 요청에 따라 같은 날 충북 진천의 사무실에서 춘천으로 이동했다.

업체 측은 다음날인 6일 오전 의암호 인공수초섬 근처에 도착해 현장을 지켜보던 중 “수초섬 주변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시 관계자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 주무관이 ‘인공섬의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해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수초섬을 고정하고 있던 로프가 끊어져 수초섬이 떠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휴가 중이었던 이 주무관이 업체 측에 어떤 경위로 인공섬 쓰레기 정리 작업을 요청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수초섬이 떠내려가자 이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민간업체의 고무보트와 경찰정, 관공선 등 3척이 현장에 접근했고 곧 연달아 전복됐다.

당시 상황에 대한 춘천시의 주장은 민간업체와 실종자 가족들의 설명과 다르다. 인공수초섬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게 된 건 민간업체의 제안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고 “물살이 세니 조심하라며 주의를 줬다”는 것이다. 또 담당 국장과 계장은 이 주무관으로부터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떠내려가도 좋으니 내버려둬라. 출동하지 마라”고 지시했다는 게 춘천시의 주장이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소양강 댐을 연 상태에서는 수초작업을 하면 안 되는 것이 맞다”며 사과했다. 춘천경찰서는 이들 선박들이 호수섬 작업에 나서게 된 상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안전지침 없어…전문가 “전형적 관재(官災)”

집중 호우 시 하천 작업에 대한 안전지침과 매뉴얼이 갖춰지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춘천시는 “날씨나 유속에 따라 작업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기준이나 지침이 따로 없다”고 밝혔다. 이번처럼 댐 수문이 개방됐을 때 작업 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한 지침도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전형적인 관재(官災)라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조원철 전 명예교수는 “수문을 열었으면 당연히 작업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의암댐 쪽엔 춘천댐과 소양감댐 물이 다 흘러온다. 물살이 굉장히 강해 매우 위험하다”며 “물살에 휩쓸렸다가 생존한 분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춘천=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