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대란은 없었지만…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등에 반대해 7일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선 가운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공의들이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이들이 진료 안내판 앞을 지나고 있다. 김재명 base@donga.com·최혁중 기자
전공의 집단 휴진(파업)에 앞서 대형 병원들은 7일 예정됐던 수술 중 위급하지 않은 건 당기거나 미뤘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예약 수술의 15% 정도를 연기했다. 갑자기 바뀐 수술 일정에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생겼다. 전모 씨(76)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7일 심장 스텐트 삽입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두 달 전 잡은 일정이었다. 그런데 5일 병원으로부터 ‘전공의 파업에 따라 일정을 변경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당연히 수술날짜가 미뤄질 줄 알았다. 하지만 6일 병원 측이 다시 연락했다. 7일 수술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병원을 찾은 전 씨는 “일정이 또 바뀔까 봐 걱정돼 새벽에 서둘러서 왔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서울 대형병원에서 난소 종양 수술을 받을 예정이던 40대 A 씨는 며칠 전 수술이 12일로 미뤄진다는 통보를 받았다. A 씨는 “교수 혼자서는 수술을 못 한다며 일방적으로 날짜를 정했다”며 “가뜩이나 수술을 앞두고 심란한데 다른 일정까지 조정하려니 힘들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국 전공의 가운데 70∼80%인 1만 명 이상이 7일 파업에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수련기관인 병원 205곳, 대학과 연구소 3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공의 1만3571명 중 파업에 참가하기 위해 휴가를 낸 인원이 9383명(69.1%)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본원은 전공의 500여 명 중 약 80%가 파업에 참여함에 따라 교수와 전임의 20여 명이 외부일정과 회의를 취소하고 응급실을 지켰다. 인천의 한 대학병원도 전공의 180명 중 144명(80%)이 파업에 참가했지만 큰 혼란은 없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교수나 전공의 모두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 만큼 당장은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다”며 “하지만 상황이 반복되면 물리적인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전공의 파업이 14일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 총파업과 맞물리며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정부 정책에 강력한 저항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2000년 의약분업 때와 비슷한 분위기”라며 “14일 파업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소민 / 인천=차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