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비롯해 홍콩 고위직 관리 11명을 제재한 데 대해, 홍콩 정부는 “야만적인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조치는 파렴치하고 비열하다”면서 “일부 미국 정치인들이 자기 잇속을 위해 미중 관계를 교란시키고자 홍콩을 이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홍콩 정부는 또 “미국이 이번 제재 과정에서 홍콩·중국 관리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면서 “이런 개탄스러운 조치는 미국 정부가 허가한 신상털기와 같다. 우리는 필요한 법적 조처를 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7일(현지시간) “홍콩 최고책임자인 람 장관은 자유와 민주 절차를 억압하는 중국의 정책을 이행하는 데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홍콩 전·현직 관리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는 람 장관 외에 크리스 탕 경찰청장, 존 리카추 보안장관, 테리사 청 법무장관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미국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과의 금융거래도 금지됐다.
람 장관은 이에 대해 “우리는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명예로운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겁내지 않을 것”이라고 항전 의지를 나타냈다. 탕 청장도 “나라와 홍콩의 치안유지는 내 책임이다. 해외 제재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은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장관은 “홍콩 관리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 결정은 야만적이고 불합리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런 식의 일방적이고 미개한 행동을 한다면 결국 미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조치를 비웃는 발언도 나왔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을 감독하는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은 “홍콩 내 반중 대혼란을 지지하는 미국의 부도덕한 의도가 드러났다”면서 “미국의 행동이 참으로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홍콩 관료들은 이처럼 미국과 거래가 막혀도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이지만, 홍콩 소재 은행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SCMP는 “제재 조치가 잠재적으로 홍콩 증권중개소나 투자자 이익, 홍콩 시장 금융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콩 금융규제당국은 “이번 제재가 홍콩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며 “증권 중개인들은 제재로 인해 노출될 수 있는 법적 사업적 상업적 위험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