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임박했다고 한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 민정, 국민소통, 인사, 시민사회 등 수석비서관 5명이 7일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책임을 지겠다”며 일괄 사의 표명을 했기 때문이다. 비서실 수장을 포함한 수석들이 대거 사표를 낸 것은 현 정부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에 결심을 하면 정권 후반기를 이끌 제3기 비서실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노 실장과 수석들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심상치 않은 민심 때문일 것이다. 특히 노 실장과 김조원 민정수석 등이 다주택 처분 과정에서 보여준 언행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을 넘어 반감을 키우는 악재로 작용했다. 인사수석과 시민사회수석도 아직까지 다주택 처분을 못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이 정책의 신뢰도를 허무는 데 일조한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 실패의 근본적인 책임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져야 할 것이다. 당정청 간 정책을 조율한 김상조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의 책임도 무겁다. 그럼에도 이들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 정부 출범 후 3년간 공급 대신 규제와 ‘강남 때려잡기’로만 접근해 손댈 때마다 오히려 집값을 요동치게 한 장본인이 바로 이 정책 책임자들이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인적 쇄신에 그쳐선 안 된다. 임대인과 임차인 등 편 가르기에 집착하는 부동산 정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근본적으로 정책기조의 전환 없이 돌려 막기 ‘코드인사’로 흘러간다면 등 돌린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릴 순 없을 것이다. 176석 거여(巨與)의 완력에만 기댄 입법 폭주가 민심이반을 더 가속화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18개 상임위원장 독식과 최소한의 찬반토론도 묵살한 채 밀어붙인 부동산 법안 처리는 민심의 임계점을 건드린 것이다. 이런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쇄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청와대 비서실 개편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