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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美 제재 파렴치… 심각한 내정간섭”

입력 | 2020-08-10 03:00:00

“제재한다며 관리 개인정보 유출”… 홍콩내 美기업 보복조치도 시사
람 “美 갈 생각 없으니 비자 불필요”… 中관리 “해외자산 없어 제재 헛수고”




에이자 美보건 대만 찾아… 단교 이후 최고위급 방문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9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쑹산 국제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1979년 미국과 대만의 단교 이후 대만을 찾은 미 최고위 관료다. 타이베이=AP 뉴시스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관여한 홍콩 및 중국의 전·현직 고위관리 11명을 제재하자 홍콩이 “비열하고 파렴치하다”며 강력히 반발해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8일 성명에서 “미국의 조치는 비열하고 파렴치하다. 심각한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이번 제재 과정에서 관리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우리도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맞섰다.

하루 전 미 재무부는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 경찰국장 격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 테리사 청 법무장관 등 홍콩의 전·현직 고위 관료, 샤바오룽(夏寶龍)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 뤄후이닝(駱惠寧)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주임 등 중국 현직 관료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과의 금융 거래를 금지했다.

하지만 람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나의 미국비자 유효기간은 2026년까지지만 미국에 가고 싶지 않다. 자발적으로 미 비자를 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정부가 개인 자료를 재무부에 넘겨 입국 제재 이외 용도로 썼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미국의 인권 보장 위반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뤄 주임은 “나는 미 자산이 없으므로 미국의 제재는 헛수고”라며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100달러(약 12만 원)를 부쳐줄 순 있다”고 비꼬았다. 의도적으로 동결 자산은 만들 수 있다고 조롱한 셈이다. 제재 대상이 아닌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장관 역시 “이런 식이면 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홍콩 내 미 기업에 대한 보복을 시사했다.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대만에 도착했다. 그는 1979년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지 41년 만에 대만 땅을 밟은 미 최고위 관료다. 에이자 장관은 11일까지 대만에 머물며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및 보건 관료를 만나 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협력을 논의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