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무시한 난개발 철회하라”… 서울선 태릉골프장 개발반대 집회
8일 오후 경기 과천시 별양동 중앙공원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청사유휴부지 주택건설 반대 총궐기대회’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집회에는 최근 정부가 과천청사 유휴 부지에 4000여 가구의 공공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반발한 시민 약 3000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과천=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8일 오후 6시경 경기 과천시 과천중앙공원 분수대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시민 약 30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8·4주택공급대책의 철회를 촉구했다. 과천 시민들은 특히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정부가 소유한 유휴부지 약 8만9000m²(약 2만6900평)에 4000여 채의 공공주택 공급 계획이 발표된 것에 대해 반발했다.
주최 측은 “공원과 운동장, 축제 장소 등으로 쓰이는 과천 시민의 심장과 같은 휴식공간에 공공주택을 짓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건 과천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미래 세대를 위협하는 난개발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다섯 살 딸의 손을 잡고 집회에 참가한 조모 씨(40)는 “과천 시민 입장에선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 코앞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얘기로 들릴 정도”라며 “어떤 설명이나 설득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하는 정부에 분노해 주말 시간 짬을 내 참석했다”고 말했다.
9일 하루 종일 비를 뿌린 서울에서도 부동산 정책 규탄집회가 열렸다. 오후 2시경 서울 노원구민 1000여 명은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 모여 8·4대책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83만 m²(약 25만1500평)에 1만 채가 들어설 택지를 마련하겠다는 정부 대책에 반발해 거리로 나선 것. 참가자들은 거센 비바람에도 “태릉수호!” 등의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주최 측은 “8월 4일 발표된 부동산대책은 정부의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한 졸속 행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와 충분히 협의했다’고 했지만 주민들과의 협의 절차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강남만 사람 사는 곳이냐, 노원에도 사람 산다’ 등을 손글씨로 쓴 피켓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반대를 상징하는 초록색 풍선을 흔들었다.
7일에는 오후 6∼8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의 인근 3개 차로 약 200m 구간에서 임대사업자 등 1000여 명이 촛불집회를 열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반대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을 반대하는 “임대차 3법 반대, 소급 위헌”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참가자들이 많았다.
주최 측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대통령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이 7일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에 대해 언급하며 “국민이 강남아파트보다 못하냐” “‘생쇼’를 그만두라”며 항의했다. 마포구에 사는 주부 유모 씨(46)는 “어렵게 벌어 집 한 채를 더 마련해 전세 줬는데 적폐로 몰린 게 억울해 남편과 나왔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웬만했으면 이 비에 이렇게 나왔겠느냐”고 분개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