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것도 분통이 터지는데 더 기가 막힌 건 재물손괴 외에는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동물을 소유물, 즉 물건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강아지 인형을 훼손하는 것과 산 강아지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동일한 셈이다. 그나마도 가해 동물 주인이 이를 유도하거나 방치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적용이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경기 이천에서는 기르던 개를 동네 다른 개가 죽였지만 법정까지 가서야 구입비 80만 원과 위자료 80만 원만 받고 끝났다. 애견학교처럼 다수의 개를 맡아주는 곳에서는 아예 ‘사망 시 동종의 강아지로 줄 수 있다’는 규정을 계약서에 넣은 곳도 있다. 동물보호법이 있지만 자기가 기르던 동물을 망치로 때려죽여도 처벌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가족같이 소중한 반려동물이 죽은 뒤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을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이라 부른다. 좀 더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질병 사고 등 죽음의 원인에 대한 분노, 슬픔으로 인한 우울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심하면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가족을 잃었을 때에 버금가는 고통을 느끼기도 하는데, 자신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일 경우에는 특히 증상이 더 심하다고 한다.
▷삶의 의미를 주는 대상이 꼭 사람만은 아니다. 반려(伴侶)동물이란 말이 정착된 지 오래다. 반려자(伴侶者) 외에 이 말을 쓰는 대상이 또 있을까.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 반려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인식도, 법적 지위도 바뀌어야 한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