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사는 ‘은아’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이 녹음실에서 헤드셋을 끼고 노래를 부릅니다. 곡은 북한 가요 ‘푸른 버드나무’. 2018년 4월 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에서 소녀시대 멤버 서현이 불러 화제가 된 곡입니다.
은아가 등장하는 동영상은 유튜브 계정 ‘진실의 메아리(Echo of Truth)’가 업로드합니다. 은아는 유창한 영어로 북한의 이모저모를 전달하는데요. 리춘희 앵커로 대표되는 조선중앙TV의 틀에 박히고 무거운 선전·선동 방식과 대조됩니다.
평양이 초국적 플랫폼 ‘유튜브’를 활용해 선전·선동에 나섰습니다. 대표선수 격이 진실의 메아리입니다. 이 채널 구독자는 10일 현재 2만2800명. 은아가 진행하는 동영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멘트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일화도 알려드릴게요” 입니다.
은아는 팩트체크 형식으로 “조선에는 확진자가 1명도 없다”면서 해외 언론의 코로나19 관련 보도를 반박합니다. 평양 대성백화점에 쌓여 있는 물건을 뽐내면서 제재에도 경제가 건재하다고 선전합니다. 김정은을 우상화하고 정권의 치적을 홍보하는 게 이 채널의 목적입니다.
북한의 또 다른 대외 선전 유튜브 채널 ‘New DPRK(새로운 조선·今日朝鮮)’에는 ‘수진이’라는 어린이가 등장합니다. 중국어 자막에서 미뤄볼 수 있듯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체제 선전 채널인데요. 브이로그(VLOG) 콘텐츠가 많습니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일상을 촬영한 것을 말합니다.
이렇듯 북한이 유튜브를 선전·선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에 북한 체재를 홍보하는 동시에 평온한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경제제재 속에서도 건재함을 알리려는 것입니다. 북한 유튜브 채널의 본질이 체제 선전인 만큼 경각심을 가질 필요도 있습니다.
‘언박싱평양’ 21화 유튜브 편은 은아, 수진이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인턴들과 함께 시청하면서 북한의 선전·선동을 들여다봅니다. 진화한 방식의 김정은 우상화와 체제 홍보는 어떤 모습일까요. 동영상에서 확인해보십시오. 유튜브에서 ‘언박싱평양’을 검색하면 1화~20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최창근 신동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