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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밤 뜬눈 지샌 곡성 산사태 마을 주민들 “비가 무서워”

입력 | 2020-08-10 13:49:00

9일 전남 곡성 오산면 한 마을의 일부 주택들이 산사태로 인해 토사로 뒤덮여 있다. 지난 7일 오후8시29분쯤 해당 마을 뒷산에서 쏟아진 토사로 주택 5채가 매몰돼 5명이 숨졌다. 2020.8.9 /뉴스1 © News1


“사흘밤을 집에도 못 들어가고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태풍까지 온다니 하늘이 참 무심하기만 하네요.”

10일 오전 전남 곡성군 오산면 오산초등학교에서 만난 성덕마을 이재민들은 비가 내리는 창밖을 연신 바라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성덕마을 주민 김광자씨(81·여)는 산사태 악몽에 사흘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지새고 있다.

김씨는 “한가족 같던 이웃 5명이 저세상으로 갔는데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앞서 지난 7일 오후 8시29분 성덕마을 뒤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 이장 부부 등 주민 5명이 숨졌다.

학교 체육관에 한 데 모여 있는 주민들은 숨진 이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 70대 노인은 “일도 열심히 하고 부모가 돌아가셔서 귀향해 잘 살고 있었던 젊은 50대 이장 부부가 세상을 떠나 참 안타깝다”며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하길 바랄 뿐”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대피소 생활이 나흘째지만 무너진 집을 고치고 흙속에 파묻혀 있는 가재도구 등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도 답답할 뿐이다.

김광자씨는 “오늘로 나흘째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언제 집에 가고, 어떻게 복구를 해야할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토사가 밀려 내려와 마을에 쌓이다보니 물이 배수가 되지 않는다. 어제 가보니 허리춤까지 물이 꽉 차있었다. 집에 돌아간다 하더라도 치울 걱정에 한숨밖에 안 나온다”고 걱정했다.

더욱이 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한다는 소식에 산사태를 경험했던 주민들은 벌써부터 겁에 질린 모습이다.

옆자리에 있던 김광덕씨(69·여)는 “비만 보면 지긋지긋하다”며 “흙더미가 집을 덮쳐 긴급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마당에 태풍까지 온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꾸 내리는 비에 한숨 뿐인데, 태풍까지 온다니 하늘이 무심하기만 하다”고 탄식했다.

또 다른 마을주민은 “별 탈 없이 태풍이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무너져 내린 주택을 보면 생계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전날 오전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성덕마을을 찾아 특별재난지역 지정과 피해복구 예산 지원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7일부터 전남 곡성군에는 5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곡성=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