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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수사권조정 시행령 반발 “檢수사권 범위 넓히면 안돼”

입력 | 2020-08-10 14:49:00

김창룡 경찰청장. 뉴시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시행령(대통령령) 제정안에 “수사권 조정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법무부는 지난 7일 형소법 대통령령에 대한 입법을 예고했다. 이 법령은 주관 부처가 법무부로 돼 있고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받으면 사건을 경찰에 보낼 필요가 없으며 지방검찰청장(지검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권을 부여하고 있다.

김 청장은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대통령령은 형소법이나 검찰청법 개정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 안 됐다”며 “수사권 조정의 취지는 검찰의 수사 제한인데 (대통령령 제정안대로 하면) 수사 초기에 압수수색 영장을 받으면 이를 근거로 검사가 계속 수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사실상 모든 범죄를 다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 초기에 범죄 혐의를 확인하는 수단인데 이걸 받았다고 법에 규정된 영역 밖 범죄까지 수사하게 허용하는 것은 법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검찰의 수사 범위를 넓히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과거에는 수사 준칙의 주관부처가 법무부 주관이 되는 것이 맞지만 이제는 상호 협력 관계인 만큼 공동 주관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입법 예고기간 등 아직 논의의 기회가 있어 경찰청은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해 법 취지에 맞는 대통령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사실상 함께 업무를 보는 이른바 ‘자치경찰제 일원화’ 방안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더라도 국가 치안 역량의 총량이 줄지 않고 안정성에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주도에서 상당 기간 분리된 자치경찰 제도가 시행됐지만, 이를 서울과 부산 등 치안 수요가 많은 곳에 도입해도 제대로 작동할지 우려가 있다”며 “기존 자치경찰제 안은 비용 등에서도 국가적으로 부담이 된다. 치안 시스템의 안정성이나 치안 역량, 제반 사항 등을 고려하면 이번 방안이 최선의 안”이라고 설명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관련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의 디지털포렌식이 중단된 것에는 “성추행 방조 의혹과 관련한 부분은 수사가 가능해 수사 중”이라며 “수사 진행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영장) 재신청 여부를 판단할 생각”이라고 알렸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