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 대신 유상증자 등 이용 지분 74.65%→50% 미만으로 투자자 유치 성과없자 ‘유인 카드’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 보유 지분을 50% 미만으로 낮추겠다며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선언했다. 쌍용차에 더 이상 투자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쌍용차 이사회 의장)은 7일(현지 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2분기(4∼6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새 투자자를 찾는다면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은 50% 아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마힌드라는 6월까지만 해도 “쌍용차의 새 투자자를 찾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지분구조 변화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다.
마힌드라는 현재 쌍용차 지분의 74.65%를 보유 중이다. 지분 매각 없이 유상증자 등의 방법으로 새 자본을 유치해 자연스레 지분을 떨어뜨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동안 업계는 마힌드라가 51% 이하로는 지분을 낮추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쌍용차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299억 원, BNP파리바 470억 원, JP모건 400억 원 등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자금에는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를 초과해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마힌드라와 쌍용차 누구도 이를 직접 상환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새 투자자가 대신 갚지 않는 이상 마힌드라의 51% 초과 보유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 자동차업계의 불황으로 마힌드라 역시 인도 시장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어 당초 쌍용차에 집행하려던 2300억 원 투자를 4월 철회하고, 일회성 자금 400억 원만 내놓은 상황이다. 내년 4월 고엔카 사장의 뒤를 이어 마힌드라를 이끌 아니시 샤 부사장도 이사회 결정이라는 점을 들며 “쌍용차에 더 이상 자금이 나가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14분기 연속 영업손실에 시달리고 있는 쌍용차는 공적자금을 통한 회생도 여의치 않다. 지난달 초 KDB산업은행이 만기가 도래한 쌍용차 대출금 900억 원의 상환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했을 뿐 추가 지원에 대해선 “대주주의 고통 분담이 우선”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의 생존을 돕기 위해 40조 원 규모로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에 대해서는 “쌍용차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대상이 아니다”는 게 금융위원회 등의 입장이다. 쌍용차가 2017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낸 영업손실은 6848억 원으로, 쌍용차 감사업체인 삼정KPMG는 5월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쌍용차 재무제표 감사에 ‘거절’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