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반에 관한 의문, 혹은 제품 및 서비스의 선택에 고민이 있는 독자의 문의 사항을 해결해드리는 'IT애정남'입니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0 시리즈의 출시일이 오는 8월 21일로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동통신 3사(SKT, KT, LGU+)를 통해 13일까지 사전예약 주문을 한 소비자는 14일부터 개통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네요. 이와 관련해 이동통신사들은 저마다 파격적(?)인 혜택을 강조하며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몇 홍보문구 중에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것도 있는데 과연 진짜일까요? 이번에 문의하신 esetixxx님의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일부 내용 편집).
갤럭시노트20 시리즈 (출처=삼성전자)
안녕하세요. 예전에 갤럭시S20 기사 쓰신 거 잘 봤습니다. 전 노트20에 대해 문의하려고 합니다. 지금 LG유플러스용 노트8을 쓰고 있는데 이번 노트20은 울트라 모델로 SK나 KT 예약하려고합니다. 근데 홈페이지에서 SK는 150만원 할인이고 131만원 할인이랍니다. 이 조건이면 SK가 더 좋은건가 싶었는데 SK는 쓰던 폰을 반납해야하고 KT는 제휴카드를 만들어야 한데요. 이거 조건이 복잡한데 그냥 신도림 성지 같은 데서 사는게 나을까요? 폰린이에게 도움 좀 주시길 비랍니다~!
생소한 용어, 복잡한 제도 많은 이동통신 시장
안녕하세요. IT동아입니다. 이동통신 시장은 워낙 생소한 용어도 많고 복잡한 제도도 많죠.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살 때 이게 도대체 얼마나 좋은 조건인지 감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갤럭시노트20 예약구매 관련 프로모션 역시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휴대전화를 사게 되는 과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아무런 약정없이 단말기 자체에 매겨진 순수한 판매가격을 출고가라고 하는데, 이번 갤럭시노트20 울트라 모델의 출고가는 145만 2,000원 입니다. 상당히 높은 가격이죠. 여기서 구매자들은 두가지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동통신사 주는 공시지원금(+판매점에서 주는 추가지원금)을 받고 구매하고 24개월을 쓸 것인지, 아니면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고 이용기간 동안 25% 월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12개월 혹은 24개월) 조건으로 구매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거죠.
그런데 최신 단말기는 공시지원금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번 갤럭시노트20 울트라의 경우는 고작 15만원의 공시지원금(8~9만원 요금제 이용 기준)이 적용된 상태에요. 판매점에서 주는 추가지원금 2~3만원을 더한다 해도 할부원금(실제 기기값)은 120~13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그다지 유리한 조건이 아닙니다.
SKT에서 내세운 ‘최대 150만원 할인’ 살펴보니 ‘갸우뚱’
이럴 때는 차라리 월 요금을 25% 할인해주는 선택약정 조건으로 가입하는 게 좋죠. 만약 SKT 기준으로 가장 비싼 요금제인 월 12만 5,000만원짜리 ‘5GX플래티넘’을 선택약정으로 이용한다면 월 31,295원을 할인 받습니다. 이걸 24개월 쓴다면 31,295원 x 24 = 총 751,080만원의 요금 절감 효과가 있긴 합니다. 그리고 SKT에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다이렉트 5GX’ 플랜을 선택하면 청구 월정액의 5%가 12개월동안 SK 페이포인트로 제공되니 그만큼 추가적인 요금 절감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거의 최대 80만원에 육박하는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거죠.
SKT의 갤럭시노트20 사전예약 배너 (출처=SK텔레콤)
근데 선택약정의 단점은 월 요금 할인만 있을 뿐이지 단말기 자체에 대한 할인은 한 푼도 없다는 거에요. 통신요금할인과는 별개로 145만 2,000원인 갤럭시노트20 울트라의 출고가 역시 24개월에 나누어 매달 내야합니다. 매달 약 6만원 정도죠. 요금 할인을 받더라도 결국 24개월 동안 내야하는 월요금 + 단말기 할부금은 월 15만원 정도에 육박합니다.
그리고 쓰던 폰을 반납하면 최대 7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으니 앞서 말한 요금할인 80만원과 합치면 최대 150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기존에 쓰던 단말기를 매입해 보상금액을 내주는 것이 과연 ‘할인’인지는 의문을 가질 만하죠. 그리고 저 최대 70만원의 보상급액은 불과 출시 1년밖에 되지 않은 갤럭시노트10+ 512GB 모델의 A급 기준입니다. 질문자님이 가진 갤럭시노트8의 보상 금액은 256GB A급 모델 기준 28만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만약 외관이나 기능 일부에 손상이 있어서 A급 판정을 받지 못한다면 보상금액은 더욱 내려갈 것이고요.
정리하자면, SKT에서 갤럭시노트20 울트라를를 사면서 최대 150만원 혜택을 받으려면 SKT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구매하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흠집 없는 갤럭시노트10+ 512GB 모델을 반납해야 하며, 15만원 정도의 요금 + 단말기 할부금을 24개월동안 납부해야 하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오늘 오후에 SKT에서 새로운 ‘150만원 할인’의 공식을 발표했더군요. SKT 제휴 신용카드인 ‘T라이트 삼성카드’와 ‘롯데 TELLO SE카드’를 발급받아 ‘T트리플 할인’ 프로모션을 신청하고, 24개월 동안 각 카드를 전월 실적 40만원씩 쓰면서 선착순 2,000명에게 주어진다는 10만원씩의 추가 캐시백까지 받는 조건으로 이마트, 캐롯손해보험, E1 LPG 충전소, 왓챠 등을 열심히 이용하고, SK 증권 계좌까지 개설하고, 각종 신용카드 포인트나 멤버십 포인트까지 죄다 긁어모으고, 기존에 쓰던 사용자 단말기까지 중고로 팔면 ‘이론상’ 24개월동안 합계 최대 150만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이거 역시 아무리 봐도 현실성이 있는 조건인가 싶긴 한데 일단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KT의 ‘최대 131만원 할인’도 ‘역시나’
KT의 ‘최대 131만원 할인’ 역시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프로모션의 경우, 소비자가 구매한 갤럭시노트20 시리즈를 24개월 후에 반납(중고매각)하면 출고가의 최대 50%를 보장하는 ‘슈퍼체인지’ 프로그램, 그리고 특정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일정금액 이상 결제하면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는 제휴카드 할인 프로그램의 이용을 전제로 하고 있죠.
KT의 갤럭시노트20 사전예약 배너 (출처=KT)
만약 출고가 119만 9,000원의 갤럭시노트20를 구매하여 슈퍼체인지 프로그램에 가입한 후, 24개월이 지나 25개월이 된 시점에서 삼성 갤럭시S 시리즈나 노트 시리즈의 최신 제품을 다시 구매하면 기존에 쓰던 갤럭시노트20을 KT를 통해 출고가의 최대 50%인 59만원으로 매입해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가진 단말기를 2년 후에 중고로 매입해 준다는 걸 ‘할인’이라고 표현하기는 무리가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이 KT 슈퍼체인지 프로그램은 앞서 말한 것처럼 2년 후에 기존 단말기를 반납하고 다시 KT를 통해 삼성 갤럭시 시리즈를 구매해야 최대 50%의 보상금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50%라는건 최대 보상금액이기 때문에 반납 단말기의 외관이나 기능에 손상이 있다면 그만큼 보상금액이 줄어들 수도 있지요. 이와 더불어 슈퍼체인지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24개월동안 매월 일정액의 추가 이용료가 청구된다는 점도 잊으면 안됩니다. 예전에도 KT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갤럭시 S20은 월 8,000원, 아이폰11은 월 7,000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갤럭시노트20의 슈퍼체인지 추가 이용료는 아직 미정이지만 비슷한 수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사용자가 마음이 바뀌어서 2년 후에도 계속 갤럭시노트20을 반납하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기로 결심했다 해도 이미 24개월동안 추가로 낸 이용료는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KT에서 약속한 ‘출고가의 최대 50% 보상’은 정확히 폰 구매 후 25개월차에 받을 수 있으며, 그 시기를 놓치면 최대 보상 가능액은 점점 낮아집니다.
그렇다면 애당초 KT에서 약속한 '최대 139만원 할인' 중 슈퍼체인지 분에 해당하는 59만원을 포기하고 나머지 72만원 할인만 받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런데 이 72만원 할인을 받으려면 KT 제휴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kt-현대카드M Edition3'라는 카드가 대표적인데, 이 신용카드는 전월 이용실적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KT 통신 요금을 할인해 줍니다.
실적이 50만원 이상이면 매월 13,000원, 100만원 이상이면 매월 30,000원을 할인해주지요. 24개월 동안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이 카드로 계속 100만원 이상을 결제해야 총 72만원(30,000 x 24)의 통신 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건 애당초 통신요금 할인이지 폰 값 자체를 깎아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이 혜택을 최대한 받기 위해 써야 하는 매달 결제금액도 높은 수준이고요.
정리하자면, KT에서 말하는 ‘최대 131만원 할인’을 받으려면 일단 갤럭시노트20을 산 후, 통신요금(경우에 따라서는 단말기 할부금도)외에 매월 일정액의 추가 이용료도 24개월 동안 내야 하며, 매월 100만원씩 신용카드 결제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동안 폰에 흠집이라도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쓰다가 정확히 25개월이 되는 달에 KT에 폰을 돌려준 후, 또다시 삼성전자의 최신 갤럭시 시리즈를 KT를 통해 새로 사야 합니다.
LG유플러스 역시 유사 프로그램 운영 중
참고로 SKT나 KT와 마찬가지로 LG유플러스 역시 기존에 쓰던 단말기 매입, 2년 후 갤럭시노트20 반납하면 50% 보상, 제휴카드를 통한 통신요금 할인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놈이 그 놈’인 상황입니다만, 그나마 LG유플러스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최대 150만원, 131만원 할인 같이 과장된 홍보문구는 쓰지 않고 있긴 하네요.
‘할인’이라는 용어에 담긴 ‘함정’ 다수
간단히 말하자면 저 이동통신사들이 말하는 ‘할인’을 최대한 받으려면 그 전제조건이 너무 엄격하고 복잡한데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저걸 ‘할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특히 기존에 쓰고 있던 단말기를 중고로 매입하는 금액을 ‘할인’이라고 표현하는 건 소비자 기만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사실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중고시장에서 인기가 높기 때문에 굳이 이동통신사의 매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좋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이 많거든요.
그리고 일명 ‘성지’라고 부르는 일부 휴대전화 매장에 관한 질문도 주셨는데, 그런 곳들은 대부분 이동통신사에서 정한 공시지원금 외에 매장 자체적으로 비공식(불법) 지원금을 지급하는 곳을 뜻합니다. 간혹 상당한 수준의 비공식 지원금을 주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만, 몇몇 매장은 비공식 지원금을 넉넉히 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더 불리한 조건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으니 추천하기에도 좀 그렇네요.
그냥 자급제용 단말기를 구매한 후 유심만 꽂아 원하는 통신사 및 요금제로 이용하시는 것도 고려할 만합니다. 물론 처음 단말기 구매가는 좀 들겠지만 저런 복잡한 조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니까요. 아무쪼록 위와 같은 내용 참고하시어 적절한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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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