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용 SH공사 사장 인터뷰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6일 “자산을 증가시켜 주는 것도 복지”라며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30, 40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춰 이들의 자산 증가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55)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김 사장은 “이 모델을 통해 집에 관한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4일 발표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4공급대책)에 포함되면서 처음 공개됐다. 김 사장은 “서울시와 협의해 이 모델을 가능한 한 많이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도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작년 가을부터다. 주택 구입 문턱을 낮출 방안을 계속 찾고 있었다. 조선업계 관계자에게 커다란 유조선은 어떻게 일시불로 살 수 있는지 물어봤다. 처음에는 배 값의 일부만 내고 나머지를 오랜 기간에 걸쳐 나눠 낸다고 하더라. 이 방식을 주택 구입에 적용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알아보니 영국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30, 40대가 특히 관심이 높다.
“올 초부터 ‘영끌 투자’(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으로 다소 무리하게 투자하는 방식)나 ‘패닉바잉’(시장 공포에 따른 매수 현상)이란 말이 많이 나온다. 대부분 30, 40대더라. 실제 서울 지역 주택 구입자를 연령별로 쪼개보면 30대가 제일 많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임대주택 입주 자격은 소득 기준 1∼4분위에 들어야 한다. 일반분양은 보통 7∼8분위로 본다. 그러면 5∼6분위가 빈다. 임대주택에 들어갈 자격은 안 되고, 돈을 벌어 집을 사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게 바로 3040 직장인이다. 이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도 큰 기대를 갖고 있는데….
“박원순 전 시장이 있을 때 분양 방식을 바꿔보자고 얘기한 뒤 (박 전 시장 사망 전까지) 시장 보고를 네 번이나 했다. SH공사 안에 전담부서(TF)도 만들었다. 8·4공급대책에도 담겼지만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공급 물량을 많이 늘리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과 비교해 이득이 없다거나 한 곳에서 20년 이상 살기에 공간이 작은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사장 취임 뒤 생애맞춤형 주택 공급에 힘을 쏟고 있는데….
“작년에 공사 창립 30주년을 맞아 20대 청년과 신혼부부 특화 주택인 ‘청신호’를 선보였다. 5060세대를 위한 ‘연금형 소규모주택정비사업’도 있다. 이번에 발표한 3040세대를 위한 지분적립형 주택을 더하면 생애맞춤형 주택 공급의 ‘라인업’이 완성되는 셈이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청신호에서 살다가 회사에 들어가 돈을 모아 지분적립형 주택에 살고, 은퇴할 때는 집을 연금형으로 전환해 생활자금을 받으며 노후를 보내는 식이다.”
―8·4공급대책 발표 이후 자신의 지역에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부정적 인식을 바꿀 방안은….
“사장으로 온 뒤 처음 받은 민원이 아파트 벽면의 SH 로고를 지워 달라는 것이었다. 민원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SH공사의 임대주택은 창피하다거나 하자가 많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하더라. 이후 부정적 인식은 점점 바뀌고 있다. 임대주택도 랜드마크가 될 수 있게 짓고 있다. 하자 발생률도 낮게 나온다. 단시간에는 어렵겠지만 선입견을 바꾸는 일도 저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