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조절 실패로 홍수 피해 논란 7일 호우경보때 17%수준 방류… 8일 초당 591→1752t 쏟아내 주민들 “예비방류 안해 물난리”… 수공측 “예상보다 많은 비 때문”
○ 방류량 6시간 만에 3배로 급격히 늘려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은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곡성군 등 섬진강 하류 지역의 홍수기 범람을 막는 기능을 한다. 댐의 방류는 환경부 산하 수자원공사와 홍수통제소에서 댐의 수량과 강의 상황을 고려해 방류량과 방류 시기를 판단한다.수자원공사는 태풍, 집중호우 등이 예상되면 홍수 발생 전에 댐의 저장용량을 늘리기 위해 댐의 물을 방류하는 ‘예비 방류’를 실시한다. 이번 수해의 경우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예비 방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섬진강댐이 위치한 전북 임실군에 호우 예비특보가 발표된 것은 6일 오후 4시경이다. 이후 7일 오전 5시 30분 호우주의보가 발표됐고, 오후 2시 20분경 호우경보로 변경됐다. 하지만 6일과 7일 섬진강댐의 평균 초당 방류량은 각각 198.1t, 328.6t이었다. 각각 최대 방류량(초당 1868t)의 10.6%, 17.6% 수준이다.
구례군 토지면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택균 씨(60)는 “8일 새벽 조금씩 차오르던 물이 오전 8시경 급격히 불어나 펜션 1층으로 물이 들이닥쳤다. 그때부터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는 데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 키 높이까지 물이 차 고무보트로 이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곡성군 고달면에서 한옥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 씨(55)는 “그날 오전 불과 3, 4시간 사이에 물이 사람 키 높이까지 차올랐고 곧 한옥 서까래까지 물이 찼다”고 말했다. 신 씨는 10년 전인 2010년 8월 17일에도 비슷한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당시에도 전북 지역에 5일 이상 폭우가 이어지면서 섬진강댐의 초당 방류량이 500t에서 1000t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번 침수로 섬진강 수계 6개 시군에서는 2500여 명의 이재민이 생겼고 주택 2000여 곳이 물에 잠겼다. 유근기 곡성군수는 “군민들이 섬진강댐 방류가 상당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고 믿고 있다”며 “9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물을 아끼지 말고 선제적으로 방류를 했어야 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방류량은 댐 운영 지침과 자체 물 관리 시스템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해 결정한다. 7, 8일 방류량도 해당 시뮬레이션을 따른 결과”라고 해명했다.
○ “댐 수위 고집한 실책” vs “불가피한 선택”
예측할 수 없는 많은 비가 내려 수량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댐의 역할은 홍수뿐 아니라 가뭄 대비도 하는 것”이라며 “당초 폭염이 예상됐던 상황에서 비가 많이 온다고 미리 얼마만큼의 물을 빼 놓을지 결정하는 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단순히 방류를 많이 해서 침수가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하기 이전에 오랜 강수로 지반이 약해졌을 수도 있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방류 당시 담당자들이 매뉴얼대로 조치했는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상황을 충분히 알렸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례=조응형 yesbro@donga.com / 박종민·강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