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이흥구 대법관 제청… 권력분립 위협하는 대법원의 진보 편중

입력 | 2020-08-11 00:00:00


김명수 대법원장이 어제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새 대법관 후보자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표결이 남아 있지만 현재 국회 의석 분포상 이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은 확실해 보인다.

이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로는 첫 사법시험 합격자로 유명하다.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민족민주혁명론을 주장한 이른바 ‘깃발 사건’으로 구속돼 국보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법대 동기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까웠다고 하며, 판사가 된 뒤에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 후보자는 20년 넘게 부산 지역에서 지역계속근무법관으로 일해 와 법원 내에서 주목을 받았던 판사는 아니다. 우리법연구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에야 뒤늦게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한 데 이어 대법관 후보군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하급심 판사로서 이 후보자는 재판 당사자들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 제청으로 대법원의 균형추가 한쪽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진보 성향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민변 출신이 김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4명 중 모두 6명으로 늘어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절반에 가까운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게 된다.

최근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은수미 성남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현직을 유지하게 하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려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 상황에서 대법원 구성마저 한쪽으로 편중돼서는 사법부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1,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장관 부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여권 핵심인사들이 대법원 상고심 재판도 줄줄이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혹시라도 팔이 안으로 굽는 재판이 이뤄지지나 않을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9월 권순일 대법관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고 이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문 대통령 임명 대법관(대법원장 포함)은 11명에 이르게 된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만료 전에 2명의 대법관을 더 임명할 수 있다. 여권이 4·15총선으로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을 확보한 데 이어 대법원까지 문 대통령 임명 대법관들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마저 이념 성향에 따라 갈라지고 편중된 구성으로 치닫게 된다면 이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 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