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작가 보마르셰가 쓴 피가로 3부작 ‘죄 있는 어머니’에 백작부인이 출장간 남편 몰래 다른 남자와 동침한 내용 담겨 피가로 속편 ‘세비야의 이발사’ 14∼22일 국내 무대에 올라
2019년 프랑스 베르사유 오페라가 공연한 베르사유의 유령. 동아일보DB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프리퀄(이전 이야기를 다룬 속편) 격입니다. 세비야의 이발사가 30년 늦은 1816년에 나왔지만 피가로의 결혼보다 더 앞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세비야의 이발사에서는 예쁜 처녀 로시나가 린도로라는 젊은이와 사랑에 빠지지만 로시나의 후견인 바르톨로가 두 사람을 방해합니다. 린도로는 재주꾼 피가로의 지혜를 빌리죠. 두 젊은이는 결혼에 성공하는데, 린도로는 실은 알마비바 백작이라고 하는 귀족이었습니다.
줄거리가 이어지는 이유는, 원작이 시리즈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인 극작가 보마르셰는 주인공들이 이어지는 3부작 희곡을 썼습니다.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죄 있는 어머니’입니다.
‘죄 있는 어머니’는 처음 듣는 분이 많을 겁니다. 내용을 들으면 놀랄 수 있습니다. 백작이 출장을 간 날, 백작부인 로시나는 자기를 연모하는 케루비노와 하룻밤을 보내고 레옹이라는 아들을 낳습니다. 한편 백작도 남모르는 딸이 있죠. 일이 꼬이다 보니 이 젊은이들이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작곡가들은 이 죄 있는 어머니도 오페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작곡가 마스네, 미요 등이 오페라로 만들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최근 작품으로는 1983년에 나온 ‘베르사유의 유령’이 있습니다. 미국 작곡가 존 코릴리아노가 썼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 오페라는 보마르셰의 죄 있는 어머니를 한 바퀴 더 틀었습니다. 배경은 베르사유 궁전. 프랑스혁명으로 처형된 루이 16세와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 등의 유령이 살죠. 왕이 따분하다고 하니까 극작가 보마르셰가 오페라를 만들어 올리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페라 속의 오페라’가 펼쳐지고 그 내용이 죄 있는 어머니입니다.
보마르셰의 ‘피가로 3부작’ 중 첫 번째 희곡을 오페라로 만든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일환으로 14∼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서울시오페라단도 세비야의 이발사를 18∼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M시어터에서 공연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오랜 무대 공백 끝에 공연되는 전막 오페라 무대들입니다. 베르사유의 유령도 언젠가 우리나라 무대에서 만나고 싶어집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