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심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손습진
홍은심 기자
손 습진에 걸리면 염증으로 인해 열감, 간지러움, 통증 등을 겪는다. 심한 경우 가려움 때문에 잠을 못 자거나 물건을 들어 올릴 수조차 없을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급성 손 습진은 손에 붉은 기가 돌고 진물과 물집이 생긴다. 피부가 오돌토돌하게 올라오기도 한다. 만성이 되면 코끼리 피부처럼 피부가 두꺼워지고 색이 어둡게 변한다. 건조증과 가려움 때문에 긁어서 재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용계 종사자들은 염색제, 탈색제 등 화학성분에 자주 노출돼 손 습진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중 탈색제는 접촉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과항산염 성분이 포함돼 있어 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탈색 후 머리를 헹구는 역할을 도맡아 하는 견습생에서 손 습진이 흔하게 발병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 밖에도 감염 예방을 위해 습관적으로 손을 씻고 소독하는 의료진, 물과 세제를 자주 사용해야 하는 요리사, 청소부 등 다양한 직업군이 손 습진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손 습진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장기간 병가나 실업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손 습진 환자의 48%는 7일 동안의 병가를 낸 경험이 있으며 19.9%는 장기 병가를 낸 적이 있다고 답했다. 23%의 환자는 실직을 경험하기도 했다.
박지윤 오체안피부과 원장은 “손 습진은 직업성 피부염이기도 하다”며 “가벼운 질환처럼 여겨지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재발이 잦고 치료가 어려울 수 있어 평소 예방 수칙을 잘 지키고 증상이 있으면 피부과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자꾸 재발한다면 이미 만성 중증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손 습진 범위가 손 표면의 30% 이상에서 나타나고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1년에 2회 이상 발생하는 경우 만성 중증 손 습진으로 볼 수 있다. 만성 중증 손 습진은 일반적인 보습만으로는 호전되기 어렵기 때문에 하루빨리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박 원장은 “손은 외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바르는 연고만으로는 잘 낫지 않는다”며 “4, 5일 정도 먹는 약과 유지 연고를 꾸준히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성 중증 손 습진은 보통 국소 스테로이드로 치료를 시작한다. 하지만 환자 10명 중 6명은 강력한 국소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증상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다. 만약 스테로이드로 6주 이상 치료해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경구용 치료제 등 다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박 원장은 “손 습진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에는 손 습진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 위험은 낮은 비스테로이드성 경구제도 있는 만큼 전문의와 상담해 꾸준히 약물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