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홍콩의 대표 반중매체 핑궈(蘋果)일보가 전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지미 라이(72) 창업주 사건에 반발해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시민들은 핑궈일보를 대거 구매하고 모회사 주식을 매입하며 응원에 나섰다.
이날 핑궈일보 1면에는 전날 경찰에 체포되는 라이 창업주의 사진과 “펑궈일보는 계속 싸워야 한다”는 제목이 달렸다. 이 매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보통 매일 10만 부를 인쇄하지만 오늘 50만 부 이상을 인쇄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앞다퉈 펑궈일보를 사는 바람에 50만 부가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이나 길거리 매대에서는 이 신문을 사기 위해 줄을 섰고 젊은 층은 소셜미디어에 핑궈일보 구입 인증샷을 속속 올렸다. 일부 편의점 및 식당 주인은 100부~200부씩 대량 구매한 후 무료로 나눠줬다.
반중파 입법회(국회)의원 시우카춘(邵家臻·50)은 가상으로 만든 1면 백지 핑궈일보를 든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후 “핑궈일보가 백지로 나오더라도 나는 신문을 살 것”이라고 썼다. 2014년 민주화시위 ‘우산혁명’의 주역인 그는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전방위적인 중국 비판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0일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은 수십 년 동안 미국을 이용해먹었다. 공산당이 홍콩을 공산당이 지배하는 또 다른 도시로 취급한다면 미국도 똑같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 역시 이날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기준을 강화해 사실상 제재에 나설 뜻을 밝혔다.
미 상무부는 다음 달 25일부터 홍콩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들어오는 상품에도 ‘메이드 인 차이나’ 표기를 붙이기로 했다. 홍콩 제품이 ‘중국산’ 표기를 하지 않으면 해당 물건이 미국 항구 등에 도착하는 즉시 약 10%의 징벌적 관세를 물어야 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이 그간 중국산 제품의 ‘재수출 항구’로 쓰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의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풀이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