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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이 ‘1인 지점장’ 제도를 도입한 까닭은…

입력 | 2020-08-12 03:00:00

영업점 없이 여-수신 업무 가능… 대구-부울경-경북으로 6명 발령
“경영난 타개 위한 파격적 실험” “인사 적체 해소 방편” 의견 분분




‘금융 시장 환경 개척일까, 인사 적체 해소 수단일까.’

DGB대구은행이 최근 1967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도입한 1인 지점장 제도를 놓고 벌어진 논란이다. 영업 경쟁력 강화와 수익 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은행 안팎에서는 허울뿐인 자리 늘리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대구은행은 최근 정기 인사에서 1인 지점장 6명을 발표했다. 대구본부 3명과 부울경본부 1명, 경북 동부와 서부 각 1명이다. 1인 지점장은 지역에 있는 특정 영업점에 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개인 역량으로 기업 고객 유치와 대출, 여·수신 영업에 나선다. 대구 경북과 서울 부산 경남 등 지역 거점별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대구 중구 옛 대구은행 봉산점에서 고객이 돈을 인출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달 31일 삼덕동지점으로 통합되면서 현금자동입출금기만 운영한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1인 지점장은 일반 지점장의 대출 등 여신 업무에 대한 실행 권한이 없다. 스스로 고객을 유치해 영업점에 연결하는 업무를 맡는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업계 동향도 파악하는 역할을 해 기대감이 있다. 초대 1인 지점장들의 업무 성과를 분석해 앞으로 이 숫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인 지점장 도입은 대구은행 안팎의 금융 위기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구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1% 감소한 1388억 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3% 감소한 1777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금리가 크게 하락한 데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 업계가 대구은행의 1인 지점장 도입 배경을 급변하는 세계 금융 환경에 대처하겠다는 목적보다 내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실험적으로 도입했다는 분석을 하는 이유다.

여기다 은행의 오랜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꺼내 든 궁여지책이라는 여론도 있다. 대구은행의 한 간부는 “영업점을 빠르게 줄이면서 승진할 인원의 자리도 점점 없어지고 있다. 1인 지점장 제도는 일종의 자리 만들기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대구은행은 온라인뱅킹 활성화로 인한 창구 업무 축소를 이유로 영업점을 줄이고 있다. 대구 경북의 대구은행 영업점은 2016년 243개에서 올해 8월 기준 현재 214개로 감소했다. 5년간 전체 영업점의 10% 이상인 29개 지점이 사라졌다.

반면 이 기간 대구은행 직원은 2016년 3169명에서 올해 6월 현재 3261명으로 증가했다. 영업점이 감소해 일할 곳이 없는데 직원이 늘고 있는 셈이다. 인사 적체와 승진 누락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1인 지점장 제도를 만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인 지점장은 책임자 직급인 차장 이상이 지원할 수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1인 지점장이 인사 적체를 해소하려는 제도로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인력 재배치에 따라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인 동시에 은행 영업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해석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