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부동산 팔아 현금 쌓는 대기업들
○ 현금 확보 주문에 ‘SK 리츠’ 출격하나
11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지난달 말부터 SK㈜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그룹 차원에서 리츠 설립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저금리 시대 대체투자처로 꼽히는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수익과 매각 차익을 나눠 갖는 구조로 운영된다.
SK 고위 관계자는 “리츠 설립을 그룹 자산 유동화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수천억 원씩 되는 부동산을 방석처럼 깔고 있지 말고 보유 자산을 유연하게 관리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SK가 내년 3월로 예정된 서린동 SK사옥에 대한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사옥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온 점도 리츠 설립 추진에 힘을 실었다. 현재 SK사옥 운용펀드 지분은 SK㈜와 SK이노베이션, SK E&S 등이 65.2%를, 나머지를 국민연금이 갖고 있다. 리츠가 설립되면 이를 통해 잔여 지분 및 소유권을 가져오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 지난해 10월 상장 롯데리츠 선례 있어
SK가 리츠 설립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코로나19 위기로 촉발된 재계 전반의 현금 확보전이 동력으로 작용했다. 최근 각 그룹이 자산, 사업부 매각에 나서며 올해 1분기(1∼3월) 말 현금·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삼성(5.0%), 현대자동차그룹(20.2%), LG그룹(9.8%) 모두 일제히 급증했다.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신규 투자처에 제때 대응하기 위해 주요 그룹이 앞다퉈 실탄을 쟁이고 있는 것이다.
SK가 선례로 검토 중인 사례로는 지난해 3월 설립된 롯데리츠가 꼽힌다. 롯데그룹의 백화점 마트 아웃렛 등 부동산 자산 유동화를 목적으로 출범한 롯데리츠는 지난해 10월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1조 원을 넘기기도 했다.
곽도영 now@donga.com·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