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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단속 나선 佛 경찰들[현장에서/김윤종]

입력 | 2020-08-12 03:00:00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번화가. 마스크 착용 점검에 나선 경찰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김윤종 파리 특파원

10일(현지 시간) 오후 4시 프랑스 파리 코메르스 거리. 이날 파리 기온은 40도에 육박했다. 무더위 속 눈에 띈 모습은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파리 시내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첫날 모습이다. 8일 파리시와 경시청은 “10일부터 파리 시내 번화가나 실외 장소 중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다”고 발표했다. 어길 시 벌금 135유로(약 18만8000원)가 부과된다. 유럽 주요국은 실내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왔다. ‘실외’까지 마스크 쓰기가 적용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달 들어 하루 2000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한 탓이다.

파리시는 최근 시내 곳곳에 파란 줄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장소를 표시한 ‘파리 지도’도 공개했다. 프랑스 지인들은 지도를 공유하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예 “특정 거리는 피해서 다니자”라는 시민까지 생겼다.

여기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당초에는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행 첫날 모습은 상상과 많이 달랐다. 이날 파리 시내 마스크 의무화 거리 3곳을 취재해보니 대략 10명 중 5, 6명은 마스크를 썼다.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이던 4월에도 파리 시내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10%도 되지 않았다. 방역 인식이 상당히 개선된 셈이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 의무화 거리 곳곳에 배치된 경찰을 보면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바로 옆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청년들이 무더기로 지나가도 제지하지 않는 등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다. 그늘진 곳에 몰려 수다를 떨기에 바빴다. 이를 본 한 시민은 “꼭 벌금을 매기진 않더라도 마스크를 안 쓴 사람에게 주의 정도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 형식적인 단속이 계속되면 마스크를 쓰던 사람도 벗고 다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무려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가 쉬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로 국가를 막론하고 낮은 시민 인식이 꼽힌다. 하지만 개개인의 방역 인식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반면 경찰, 나아가 정부는 ‘보여주기’식 방역에 매몰됐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찾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스톱코비드)도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런 틈새를 반영하듯 마스크의 입 부분에 구멍을 내 쓰는 ‘안티 마스크’ 운동마저 생기고 있다. 적잖은 프랑스 젊은이들이 정부의 방역제도나 정책이 무늬만 그럴듯하고,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차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정책이 제대로 시행 중인지를 검토해야 할 때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