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이들이 안정된 직장을 떠나 모험을 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특히 모험을 시작한 지 2, 3년 동안은 직장 다닐 때보다 수입이 내려갔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면 대부분 최소한 몇 년 동안은 안정적 수입을 만드는데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나 역시 사업을 시작하고 몇 년 동안은 월급을 제때 가져가지 못하는 때가 있었다.
또한 이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직장 다닐 때보다 더 좋지 않았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쓰고 있었다. 올해 초 잡코리아가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 507명을 대상으로 좋은 직장의 조건에 대한 조사를 했을 때, 놀랍게도 워라밸이 1위였고, 근소한 차이로 급여가 2위를 차지했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도 30대여서 모두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할 만한데, 직장 다닐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에 쏟고 있었다.
내 해석은 이렇다. 워라밸은 자신이 ‘남 좋은 일’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 중요성이 매우 높아진다. 하지만 자신이 매일 하는 일이 ‘나를 위한 일’로 느껴지는 상황이 되면 그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이는 직장을 떠나 모험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통찰을 줄 수 있다.
일을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돈을 버는 수단(money maker)으로서 일이다. 이는 거의 모든 직장인에게 중요한 이유가 된다. 생계를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일은 일자리(job)가 된다. 둘째는 성공을 위한 수단(success maker)으로서 일이다. 어떤 직장이나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승진을 위해 일을 할 때, 이를 커리어(career)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수단(meaning maker)으로서 일이다. 일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내고, 그로부터 삶의 행복감을 얻는다. 이런 경우 일은 소명(calling)이 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자신의 일로부터 소명을 찾는다고 말했다.
직장을 다니든 사업을 하든 자신의 일로부터 돈과 성공, 의미 모두를 찾을 수 있다면 대단한 행운이다. 일로부터 의미와 재미를 느낄 때 그 사람은 상사가 시키는 것과는 상관없이 자기만의 공부를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일이 자아실현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혹은 자기의 의미를 찾아 직장을 옮기거나 사업을 하기도 한다.
물론 자신의 존재 이유를 꼭 직장일이나 사업으로부터만 찾으라는 법도 없다. 어떤 직장인들은 취미나 직장 밖에서 하는 개인적인 프로젝트에서 의미를 찾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위한 비용을 벌기 위해 직장 생활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직장을 선택할 때는 퇴근시간이 잘 지켜지는 곳을 택하는 것이 좋다. 깔끔하게 일을 마치고 저녁에는 또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다.
자기 삶에서 의미와 재미를 느끼는 욕망이 무엇인지 명확한 사람들은 무작정 직장 생활에 적응하지 않는다. 자기 삶을 중심에 두고 직장을 맞춘다. 많은 직장인들은 상사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기가 막히게 잘 맞힌다. 하지만 정작 쉽게 보이는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What do you want)?”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