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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날씨, 고령화’ 세 가지 얼굴의 위기[기고/홍윤철]

입력 | 2020-08-12 03:00:00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어쩌면 최장의 장마로 기록될 금년 여름의 비는 엄청난 폭우가 되어 그칠 줄 모르고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사실 금년 여름은 기록적 폭염이 예상된다는 예보가 무색하게 폭염마저 사그라지게 만들었다. 기상청의 예보가 틀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기록적 폭우의 피해를 받고 있는 아시아를 제외하고는 다른 지역의 금년 여름은 무척이나 더운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상 지난 5년간은 어느 때보다 더운 해였으며 2020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겪고 있는 기록적 폭우도 더워진 기온으로 인해 수증기의 양이 많아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일부 지역에 나타나는 폭우가 아니라 아시아 전반에 걸쳐서 특히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걸쳐서 넓게 나타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현상은 금년에만 유독 나타나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많아진 수증기 양이 어디선가는 비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기후변화로 지표면 기온과 바닷물 수온이 높아지면 폭염과 폭우의 둘 중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사회 전체가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 우리는 또 다른 글로벌 위협, 즉 기후 위기의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위기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사실 폭염이 계속되거나 폭우에 의해 재해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코로나19 전파를 막으려는 노력이 위협받게 된다.

현재의 재난 완화 전략은 많은 사람을 이동시켜서 가깝게 모여 있게 하는 전략이어서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재해 시설에 다수가 모이게 되면 신체적 거리 유지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불편할 뿐 아니라 고온에 의한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덥다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코로나19가 퍼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을 높이는 요인인 심혈관 및 만성 폐질환을 가진 환자는 극심한 더위나 오존 농도 증가 같은 기후 변화의 영향도 민감하게 받게 된다. 특히 미세먼지는 이러한 질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킨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에 가장 영향을 크게 받는 인구집단은 신체적 그리고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다. 특히 노인의 건강에 크게 해를 끼친다. 2020년 현재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인구구성비는 약 15%인데 2030년에는 2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매년 1%씩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구성비가 증가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기후변화와 신종 감염병, 그리고 노인인구 증가라는 세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건강을 모든 사람의 기본 권리로 인식하고 위협에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지역사회 인프라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역사회가 위험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새로운 위기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