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양콩할마니’의 무콩비지와 모둠전.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피양콩할마니’는 콩비지가 유명하다. 콩비지는 콩물을 빼지 않은 채로 맷돌에 고스란히 갈아내서 가마솥에 끓이는데 두유의 고소함과 비지의 보디감이 살아있다. 경기 연천산(産) 백태콩을 쓰는데 수매(收買) 증명까지 벽에 붙여 놓을 정도로 재료 수급에 공을 들인다.
연두부처럼 몽글몽글한 콩비지는 오리지널 맛도 있지만 무를 넣고 끓인 것, 김치를 넣고 끓인 것, 버섯을 넣고 끓인 버전이 있다. 나는 뒷맛이 개운하고 소화도 도와주는 무콩비지를 좋아한다. 콩의 아린 맛을 잡아주고 뜨겁게 혹은 촉촉하게 목으로 녹여 먹는 무의 맛이 사랑스럽다.
콩비지와 모둠전에 곁들일 메뉴는 더 있다. 콩국수와 들깨수제비. 콩국수는 맷돌로 간 콩물에 소금이나 설탕 간 없이 그저 순수하다. 질 좋은 국산 콩이 지닌 올리고당 단백질 이소플라본 지방산 칼슘 등이 이런 맛을 내는구나, 알려주는 교과서다. 들깨수제비는 양식당의 크림수프를 연상케 한다. 오래 끓인 사골육수에 들깨를 곱게 갈아 부드럽고 안온하다. 밀가루 수제비 대신 조롱이쌀떡을 넣는다.
8000원 콩비지 하나를 주문해도 맛깔스러운 반찬이 5가지 나온다. 두부부침 청경채무침 배추김치 깻잎지 더덕무침 등 그날그날 다르다. 삼삼하게 무친 깻잎지가 특히 맛있고 다른 반찬 모두 ‘집밥’처럼 편안하다.
저녁에는 콩비지 백반은 되지 않고 콩비지전골만 주문할 수 있다. 30여 년 역사가 쌓인 식당. 앞으로 30년 동안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우산을 써야 할 날만 있더라도 이곳만큼은 다시 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피양콩할마니=서울 강남구 삼성로81길 30, 무콩비지 8000원, 모듬전 2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