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째 최장 장마… “고난은 이제부터” 3중고 호소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데 일손은 없고, 쓰레기는 계속 떠내려오고, 그 와중에 재난지원 예산까지 바닥났어요.”(전남 구례군 관계자)
11일 장마가 역대 최장인 49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전남 구례 곡성 등 수해 지역들은 “고난은 이제부터”라며 ‘삼중고(三重苦)’를 호소하고 있다. 복구 인력은 부족한데 쓰레기는 늘어가고 이재민을 지원할 곳간마저 비어 있다는 것이다. 물난리가 난 뒤에도 큰비가 며칠째 이어져 마음을 졸이던 이재민들은 이제야 쑥대밭이 된 삶의 터전으로 돌아와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구례군 구례읍의 일부 주택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나무판자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가구와 가전제품은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마늘, 배추 등 키우던 농작물도 쓰레기 더미에 묻혀 있었다.
수도가 고장 나 진흙으로 범벅이 된 세간살이를 씻어낼 물이 없어 소방차가 와서 물을 공급해줘야 조금씩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해 지역이 광범위해 복구 인력과 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산사태 피해가 난 경기 안성시 죽산면에서는 추가 산사태를 막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수천 개의 모래주머니를 쌓아 올리느라 다른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수해 지역 곳곳은 흙탕물을 뒤집어쓴 가재도구와 쓰레기들이 어른 키 높이로 쌓아 올려져 있어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여기에 인근 하천과 강을 통해 떠내려온 쓰레기들까지 더해져 복구 작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날 충북 제천시 충주호변에서는 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 더미를 걷어내느라 굴착기 4대가 바쁘게 움직였다. 충남 서천과 전남 목포 해변에도 각각 금강과 영산강 등에서 떠내려온 캔, 페트병, 폐가전 등 부유 쓰레기로 뒤덮였다. 한 현장 관계자는 “집중호우로 이미 생활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다른 지역에서 쓰레기가 계속 유입되고 있어 이걸 언제 다 치울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폐허 앞에서 이재민과 지자체들은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광주전남 지역의 수해복구 예산은 거의 바닥난 상태다. 11일 기준 전남 지역 재산 피해액은 2836억여 원에 달한다. 하지만 전남도가 집행할 수 있는 수해 지원 예산은 1억 원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까지 적립한 재난관리기금 304억 원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생활비 지원으로 204억 원을 이미 썼고 99억 원은 법정의무예치금이어서 건드릴 수 없다.
광주시도 실정이 비슷하다. 올해 재난관리기금 1150억 원에서 코로나19 관련 방역에 벌써 760억 원을 썼다. 법정의무예치금 230억 원을 제외하면 수해 복구에 쓸 수 있는 예산은 160억 원 남짓이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9일 수해 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광주와 구례 등 전남 7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정부 지원은 사회간접자본(SOC) 복구 등에 집중돼 민간 지원에 한계가 있다. 역대급 호우 피해인 점을 감안해 추가적인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례=조응형 yesbro@donga.com / 광주=정승호 / 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