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 양천 중랑구엔 한곳도 없어 서울시 “취약 지역 인프라 확충”
서울 내 박물관·미술관의 지역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문세권’(문화시설 밀집 지역)은 집값도 비싸 지역·소득에 따라 시민들의 문화향유권 격차가 더욱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서울시로부터 자료를 받아 25개 자치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종로구에만 54곳의 박물관·미술관이 몰려 있고 △중구(18곳) △용산구(12곳) △강남구(11곳) △서초구(10곳) △송파구(7곳) △성북구(7곳) 순으로 많았다.
“주택 가격과 문화 인프라 수가 정비례한다”는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가 서울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이 효과는 스페인의 중소도시 빌바오의 주택 가격이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 개관 후 급등했던 현상에서 따왔다. 문화 인프라의 지역 편중 현상은 주택 가격과 소득 격차로 이어진다는 게 핵심이다. 통상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에 고소득자가 많이 살고, 고소득자의 문화 향유 경험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물관·미술관의 지역 편중 현상은 문화 향유 격차를 유발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년 조사에도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문화예술 관람률은 42.5%로 월평균 600만 원 이상 가구(91.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취약 지역에 박물관·미술관을 더 지어야 한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같은 조사에서 시민들이 문화예술 행사에서 우선 보완해야 하는 요인으로 ‘지역적 접근성’(13.3%)을 3위로 꼽고 있는 만큼 취약 지역에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2015년부터 ‘박물관·미술관 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3년까지 박물관과 미술관 5개를 도봉·금천·노원구 등에 문을 열 예정이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개관할 시설뿐 아니라 동북·서남권 등 지역에 박물관·미술관을 더욱 확충해 격차를 최소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