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변화하는 의료계 분당서울대병원 ‘XR 강의실’ 개발 온라인으로 수술 현장 실시간 공유 8개국의 명의들 강의-토론 진행
7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왼쪽)와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헤드셋을 착용한 뒤 가상현실 공간에서 대화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동영상 캡처
7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휴게실. 한 직원의 안내에 따라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했다. 갑자기 눈앞에 넓은 야외무대가 펼쳐졌다. 무대 앞 대형 스크린에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가 폐암 수술을 집도하는 장면이 나왔다. 실제 눈앞에서 이뤄지는 듯 생생했다. 화면을 조금 더 확대하자 수술장 이곳저곳이 보였다. 현장에서 직접 참관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니 수술하는 사람들의 긴장된 얼굴을 바로 옆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가상의 강의실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교육 플랫폼 ‘XR CLASS’를 개발해 선보였다. 비대면 시대에 의료계와 제약계가 도입한 VR, 증강현실(AR) 및 이들을 포함한 확장현실(XR), 홀로그램 등에 대해 알아봤다.
○ 언택트 시대, 시공간 초월한 VR와 AR
구체적인 수술 방법이 궁금했던 기자는 바로 헤드셋을 통해 질문했다. 그러자 화면이 다시 전환되며 야외무대의 전 교수를 닮은 가상의 인물(아바타)이 답변했다. VR와 AR 등이 합쳐진 XR 기술을 기자가 직접 체험한 순간이다. 직접 현장을 가지 않아도 사무실에서 수술 장면을 바로 볼 수 있고 강의도 들을 수 있다.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untact)’ 활동이 늘면서 이처럼 의료계에선 새로운 디지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분당서울대병원은 수술실에서 이뤄진 폐암 수술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일본 싱가포르 태국 영국을 비롯한 8개 국가 간 최고 명의들의 강의 및 토론을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다. 외과교육으로는 세계 최초로 XR 기술을 도입한 것.
○ 치료 과정에 VR기기 투입
간호사 교육과정에 VR시스템을 사용하는 병원도 있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은 간호사가 응급환자 조기 대응이나 인공호흡기 대처 등을 실제와 유사한 가상현실에서 반복해 체험할 수 있도록 VR교육 시스템을 최근 도입했다. 헤드셋을 끼고 화면을 보면 응급환자가 누워 있는 모습에서 응급조치가 가능한 교육시스템이다.김건석 서울아산병원 아카데미소장(비뇨의학과 교수)은 “VR 기술을 활용해 시공간 제약을 극복하고 실제와 유사한 환자 경험을 반복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면, 의료진의 실무능력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도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VR 기술을 이용한 방법은 이미 정신건강의학과에 도입돼 치료 과정에 사용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상현실클리닉에선 헤드셋을 끼고 마치 무대에서 발표하는 방법을 통해 발표공포증 및 고소공포증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82명의 사용자 중 80% 이상에서 프로그램 참여 후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불안감의 감소가 확인됐다. 인터넷중독, 도박중독 니코틴중독, 조현병 및 알코올중독 치료에도 사용 중이다. 또 보라매병원 최정석 교수 연구팀, 중앙대병원 한덕현 교수 연구팀에서는 공통적으로 중독이라는 정신건강 문제를 VR 기술로 치료하고 있다.
○ 홀로그램 활용한 기자간담회
최근 영국 제약사 GSK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전문기업인 비브 헬스케어는 차세대 HIV 치료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업계 최초로 홀로그램 영상 생중계로 진행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방한이 어려웠던 해외 강연자는 영국 런던의 스튜디오에서 HIV 최신 치료 결과를 발표했다. 오프라인 현장에서는 강연자가 홀로그램 영상 기술을 통해 실제와 동일한 크기의 3차원(3D) 그래픽 영상으로 방송됐다. 사회자와 눈을 맞추고 악수를 하기도 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