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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강했다’…물난리 속 인간에 감동준 ‘동물 모성애’

입력 | 2020-08-13 11:27:00


피는 물보다 강했다. 역대급 수해를 이겨낸 동물들의 모성애 이야기다.

전국을 휩쓴 폭우에 의한 물난리 가운데 전해진 ‘동물 모성애’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 이천시에서는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깔린 새끼를 구하려 목줄까지 끊어가며 울부짖고 땅을 파려한 어미개 이야기가 방송을 탔다.

침수됐던 마을 복구 작업에 나선 주민들은 지난 11일 한 창고붕괴 현장에서 슬프게 울며 땅을 파는 어미개를 발견했다.

어미개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은 땅 아래에서 ‘낑낑’하는 소리를 듣게됐다. 새끼 개가 묻혔을 것이라고 직감한 주민들은 구조에 나섰고 흙더미와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던 강아지 2마리를 발견했다.

하지만 어미개는 이튿날 또 다시 울부짖었다. 묶여있던 목줄을 끊고 땅 속을 향해 계속해서 짖어댔다.

주민들은 또 다시 구조작업을 시작해 강아지 2마리를 추가로 구조했다. 수마가 이 마을을 휩쓸고 간 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구조된 강아지들은 모두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능서면의 한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져 보호를 받고 있다. 주민들은 “어미개의 모성애가 새끼들을 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에서는 마을 전체를 집어삼킨 강력한 수해를 버텨낸 후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한 어미소 사연이 화제가 됐다.

‘물폭탄’을 피해 지붕으로 올라갔던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의 어미소가 구조된 다음날인 11일 새벽 건강한 쌍둥이 송아지 2마리를 출산했다.갓 태어난 송아지들이 사이좋게 어미의 젖을 먹고 있다.(구례군 제공)2020.8.11/뉴스1

6살 난 암소 이야기다. 암소는 지난 10일 침수된 마을의 한 주택 지붕 위에서 구조됐다. 이틀동안 지붕위에서 꼼짝달싹 못했던 암소는 당시 만삭상태였다.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악착같이 버텨냈고, 구조 이튿날 새벽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했다. 수난 과정에 탈진했을 법도 한 암소는 출산 직후에도 축사 한편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송아지에게 다가가 핥아 주는 등 모성애를 드러냈다.

새끼를 밴 상태에서 사흘동안 무려 60㎞ 가량 급류에 휩쓸리고도 생명을 지킨 암소도 있었다.

지난 11일 경남 남해군 고현면의 무인도인 난초섬에서 암소가 한 마리 발견됐다. 전남 구례군의 한 농가에서 기르던 16개월령 암소였다. 지난 8일 쏟아진 폭우로 불어난 섬진강물에 휩쓸린 암소는 끝까지 포지하지 않고 난초섬까지 헤엄쳐 오게됐다.

무게 450㎏의 암소는 당시 임신 4개월째였다. 무인도에서 구조된 암소는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고, 건강을 회복했다.

구사일생한 암소의 사연을 들은 시민들은 “새끼를 지키려는 암소의 모성애가 스스로를 살린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천·구례·남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