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야당 민주당의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로 나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이 12일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대국민 연설을 했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며 앞으로 80여 일 남은 대선 레이스의 포문을 열었다.
바이든 후보의 정치적 텃밭인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육관에서 거행된 공동 연설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청중도, 박수도 없는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수천, 수만 명의 지지자가 운집했던 과거와 달리 소수 취재진, 후보자의 직계가족과 일부 참모만 실내에 입장했다. 수백 명의 지지자들은 행사장 바깥에서 대기했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의 연설 내내 실내가 매우 조용했다. 행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바이든의 해리스 소개 때도 정적만이 흐르는 이색 풍경도 연출됐다.
해리스 의원은 “바이든 후보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과 함께 일했고, 흑인 여성인 나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며 유색인종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이자 흑인과 아시아계 혈통이 섞인 이민자 후손인 자신의 정체성을 활용해 소수인종, 여성, 젊은층 지지를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경제, 건강, 자녀, 나라 등 우리가 걱정하는 모든 것이 위태롭다. 미국은 엉망이 됐고 우리에 대한 세계의 평가도 추락했다”며 “미국은 지금 지도력을 갈망하고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맹공격했다. 이어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이런 일이 생긴다.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보다 스스로에게 더 신경 쓰는 대통령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용했던 행사장 분위기와 달리 바이든 캠프에 후원금이 쇄도하는 등 ‘해리스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대선캠프 측은 “바이든이 해리스를 지명한 이후 24시간 동안에만 2600만 달러(약 312억 원)가 모금됐다. 특히 15만 명의 기부자가 이번에 처음 기부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1억6500만 달러를 모금해 바이든 캠프(1억4000만 달러)를 앞섰지만 이제는 두 후보 간 자금동원력이 엇비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