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이후] 임대차법 2주, 서울 전세시장
지난달 31일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전격 시행된 지 2주가 지난 가운데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반전세(준전세) 비중이 증가하는 등 임대차 시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 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 신규 세입자 곤란
전세 매물이 사라지는 현상은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1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 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임대차 2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인 지난달 29일에 비해 이날 전세 매물은 서울 25개 구에서 전부 일제히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중랑구(―40.4%) 은평구(―39.2%) 구로구(―31.3%) 강북구(―31.1%) 등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의 전세 매물 감소 폭이 유난히 컸다.
○ 보증금 유지하며 월세 얹는 ‘반전세’ 증가
전세 거래 급감 및 반전세(준전세) 비중 증가는 상대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비싼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13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 3구의 8월 현재까지 거래량은 총 349건이다. 아직 8월 중순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7월 3개 구에서 이뤄진 전월세 거래량이 2085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거래는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반전세(준전세)는 강남 3구 전체 거래량 중 약 16.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서울 전체(12.5%)보다 높았다. 강남 지역의 집값과 전셋값이 모두 비싼 만큼 세금 부담을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과 더 이상 보증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는 세입자의 수요가 일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내려가며 월세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해왔다. 하지만 수억 원에 이르는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수십만 원 수준의 월세를 끼는 이른바 반전세 거래량이 늘고 있다는 점은 사실상 월세 전환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내리지 않은 채 갭 투자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세입자들은 한 달에 10만∼20만 원이라도 월세를 내야 해 이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 서울 아파트 전셋값 59주 연속 상승
집주인들이 기존 보증금에 월세를 얹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전세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이미 1년 이상 오른 가격을 보증금을 올려 반영하기보다는 월세를 얹어 반영하는 것이다. 초저금리 현상이 이어져 보증금을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월세로 받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13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둘째 주(10일 조사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서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4% 늘어나 59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주 0.17%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다소 줄어들었다. 감정원은 “계절상 비수기이고, 장마 등이 겹치며 일부 수요가 감소해 전셋값 상승 폭이 줄어들었지만 역세권이나 학군이 형성된 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