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출범한 DJ 정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발급 조건과 현금서비스 한도 등을 완화하며 신용카드 사용을 권했다. 1998년 ―5.5%까지 떨어졌던 경제성장률이 1999년 11.5%, 2000년 9.1%로 급등한 데는 수출 증가와 함께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소비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빚의 무서움을 모르는 젊은 직장인, 대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서명만 하면 발급해주는 신용카드 여러 장을 지갑에 넣어 다니며 펑펑 돈을 썼다.
▷또 다른 부양책인 ‘벤처 붐’은 신용카드가 생긴 청년 중 일부를 주식 투자로 끌어들였다. 대수롭지 않은 기술을 보유하고도 순식간에 수십, 수백 배 주가가 오르는 걸 본 청년들은 카드대출을 받아 벤처 주식에 ‘몰빵’했다. 2000년대 들어 버블 붕괴로 많은 주식이 휴지조각이 됐고 ‘카드 돌려 막기’로 빚을 갚던 다수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2030 개미들은 최근 정부가 주식 투자 수익에 양도소득세를 물리려 하자 온라인 공간에서 강하게 반발해 시행 시기를 늦추는 등 양보를 받아냈다. 면세점이 높은 한국에서 소득세, 재산세를 좀처럼 낼 일이 없는 청년 세대의 첫 번째 조세저항이라 할 만하다. ‘주식 자산’을 보유하고 세금을 내게 된 청년층이 자본주의 사회의 시민의식과 권리를 각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청년의 주식 투자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빚투는 위험하다. 청년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부모 세대와 같은 방법으로 부의 축적과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할 것이란 조바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우량주에 집중 투자한다는 점에서 벤처 버블 때보다 위험은 작다지만 다락같이 오른 주가는 실물경제의 작은 충격에도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