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정년퇴임하는 권성준 한양대 의대 교수. 한양대 제공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이런 자세가 바로 현대판 슈바이처 정신 아닐까요?’
‘요즘 눈 버리고, 귀 버리는 뉴스는 안 보려 했는데 간만에 머리가 깨끗해지네요.’
권 교수의 선택에 사람들이 뜨겁게 호응하는 이유는 요즘 우리 의료계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지방으로 갈수록 주민들의 평균연령이 높아진다. 그만큼 많은 의료인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프라가 뒤떨어진 지역에는 의사가 부족하다. 또 외과처럼 생명과 직결된 전공 분야의 지망생은 계속 줄고 있다. 노동 강도와 난도에 비해 현실적 보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료 불균형은 최근 우리 사회를 달구는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어수선한 의료 현실 속에서 돈과 권위를 마다하고 지방에서의 의료 봉사를 택한 권 교수의 스토리가 많은 이에게 울림을 준 이유다.
감동과는 별개로 노년의 ‘인생 2막’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100세 시대에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건 젊은 날 무엇을 했든 간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은퇴 시점이 다가오자 권 교수가 스스로에게 던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모든 중장년에게 따라다니는 고민거리다.
권 교수는 예상 외로 간단한 ‘꿀팁’을 줬다. 지금부터 당장 기록을 시작해보라는 것.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나. 그러므로 글로 자신과 대화해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차례대로 일기를 쓰듯 적어보라고 했다. 그가 그렇게 적은 삶의 기록을 출력해보니 A4 용지로 1100장이나 됐다고 한다.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에 대한 답이 나왔다는 게 권 교수의 팁이다.
모두가 권 교수처럼 화려한 이력으로 기록을 채울 수는 없다. 그러나 각자 삶의 기록은 자신이 가장 잘 쓸 수 있다. 인생 2막이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권 교수의 조언대로 당장 오늘부터 기록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