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View]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
서울 용산구 사나이픽처스 사무실에서 11일 만난 한재덕 대표 뒤로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아수라’ 등 그의 손을 거쳐 간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다. 한 대표는 “아직도 ‘어이, 브라더’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등 신세계 유행어를 따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신기하다”며 웃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1일 만난 한 대표는 코미디로는 ‘보안관’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인 ‘오케이 마담’에 대해 “코미디가 제일 어렵다. 열심히 만들어도 안 웃긴 민망한 경우가 생긴다. 그런 면에서 이철하 감독이 정말 잘해줬다. 배우 얼굴만 나왔는데도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있으니 말이다”라며 흐뭇해했다.
“업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모든 걸 쏟아서 영화를 하겠다’는 미련이 떠나질 않았다. 백수였던 내게 ‘주먹이 운다’ PD로 인연을 맺은 류승완 감독이 ‘부당거래’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2010년 ‘부당거래’로 공백기를 깬 한 대표는 ‘베를린’ ‘범죄와의 전쟁’을 만들며 영화계에 자리 잡았다. 이어 2012년 사나이픽처스를 세운 뒤 한번 ‘내 사람’이 되면 끝까지 챙기는 섬세함으로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스태프, 배우들과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사나이픽처스를 세운 계기도 ‘범죄와의 전쟁’을 함께한 제작팀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였다. 당시 일했던 작업실을 700만 원에 인수하고 PD들에게 “일이 없어도 이 사무실로 나오라”며 살뜰히 챙겼다.
사나이픽처스의 첫 작품은 ‘신세계’였다. 하지만 초짜 영화사에 흔쾌히 제작비를 대줄 투자배급사는 없었다. 그는 영화판에서 다진, 끈끈한 인맥을 총동원했다. 최민식 황정민을 캐스팅했고 ‘올드보이’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정정훈 촬영감독과 충무로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조화성 미술감독을 섭외했다.
“정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후반 작업으로 해외에 계셨는데 읍소 반, 협박 반으로 모셨다. 민식 선배님과 황정민도 스케줄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재덕이 회사 세우고 첫 작품인데 도와주자’며 의기투합했다. 어렵게 모인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매 순간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헌트는 이정재가 수년 전 가져온 시나리오다. 영화로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이정재가 몇 년 동안 집념으로 시나리오를 고쳤다. 수정본을 봤는데 너무 좋아서 ‘나도 끼워 달라’고 했다.”
최근 이정재와 황정민이 재회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개봉으로 ‘신세계’가 영화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한 대표는 “‘어이, 브라더’라는 대사가 다시 튀어나오는데 신기하더라”며 “50년, 100년이 지나도 기억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체코 프라하의 한 식당을 갔는데 식당 전체가 영화 ‘대부’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다. 40년 뒤에도 자기 영화 사진이 식당에 붙어 있을 거라고 코폴라 감독이 상상이나 했겠나. 참 신기한 일이다. 그 신기함을 더 느끼기 위해 하나라도 미덕이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이다.”
::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는…::△ 2003년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제작부장
△ 2010∼2012년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베를린’ 등 프로듀서
△ 2012년 사나이픽처스 설립, ‘신세계’ ‘검사외전’ ‘공작’ ‘돈’ ‘오케이 마담’ 등 제작
△ 2010∼2012년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베를린’ 등 프로듀서
△ 2012년 사나이픽처스 설립, ‘신세계’ ‘검사외전’ ‘공작’ ‘돈’ ‘오케이 마담’ 등 제작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