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동네병원을 찾은 20대 남성은 이렇게 말하고는 병원 문 앞에서 걸음을 돌렸다.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날 진료하는 병원인 것을 확인하고 찾아왔는데 문이 닫혀 있었던 것이다. 성동구에 있는 한 상가건물에 입주한 병원 3곳도 마찬가지였다. 앱에서는 ‘정상 진료’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 휴진 신고를 하지 않고 문을 닫은 것이다. 세 곳 중 한 병원은 5분 사이에만 환자 3명이 찾았다가 걸음을 돌렸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안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집단 휴진(파업)이 이뤄진 이날 동네병원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하는 환자들이 속출해했다. 이들 중엔 특히 앱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한 정보 확인이 익숙지 않은 고령 환자들이 많았다. 지팡이를 짚고 성동구의 한 안과 의원을 찾은 70대 남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그동안 눈이 아파도 참다가 병원을 찾았는데 휴진인 줄을 몰랐다”며 “우리 같은 노인들이 일일이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겠냐”고 했다.
문을 연 병원에는 평소보다 많은 환자가 몰려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졌다. 서울 동작구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은 평소 대기시간이 10분 안팎이었지만 이날은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근처에 있는 내과나 가정의학과들이 휴진을 해 우리 병원으로 환자가 몰린 것 같다”고 했다. 종로구의 한 신경외과 의원에도 평소보다 많은 환자가 찾아 로비에서 기다렸다. 70대 남성은 “원래 다른 병원에 다니는데 오늘 문을 열지 않아 왔더니 30분 넘게 기다렸다”고 말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들이 파업에 참여한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 진료에 큰 차질은 없었다. 파업에 대비해 수술 날짜는 미루거나 앞당겼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선 필수 의료 인력이 근무했다. 하지만 동네병원을 찾았다가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대학병원 응급실로 와 평소보다 환자가 많았다. 1, 2차 의료기관이 작성한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대학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응급실 진료는 의뢰서가 없어도 가능하다. 이날 오전 전 11시경 서울대병원 응급실엔 50여 명의 환자가 있었는데 평소보다 20%가량 많은 숫자다. 대학병원에서는 평소 교수 진료에 앞서 전공의가 대면으로 하던 사전 진료가 서면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한 대학병원 통증의학과를 방문한 장모 씨(50·여)는 “평소엔 전공의가 직접 건강 상태를 체크했었데 오늘은 A4용지 설문지를 받았다”며 “사전 면담을 충분히 해야 교수에게 전달이 잘 될 텐데 종이에 체크만 하니까 미흡한 것 같다”고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