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의 한의학’ 펴낸 노의성 주간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과학과 비(非)과학이 쉽게 둘로 쪼개지는 것 같지는 않아요. 마이클 셔머의 책 ‘과학의 변경지대’를 보면 현재 주류과학이라는 것, 표준모형이라고 보는 것들도 (과거) 언젠가는 변경지대였으니까요. 만약 과학과 비과학을 엄밀하게 나눈다면 갈릴레오 이전은 모두 비과학이 되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과학이 아닌 거죠. 그렇게 따질 수 있나요?”
1997년에 생긴 사이언스북스는 ‘한국과학사’(전상운 지음)를 비롯해 현대과학의 눈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다시 보고 그 안에서 과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으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임진왜란 때 있었다는 비거(飛車)를 재현하는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 천변등록(天變謄錄) 같은 옛 기록을 통해 천문을 헤아리는 ‘우리 혜성 이야기’, 전통문화에 담긴 미생물학적 지혜를 찾는 ‘담장 속의 과학’ 등 이른바 한국 전통과학의 창조적 유산들을 집대성한다는 취지다.
“이번 책에서는 특히 승정원일기에 기록된 이비인후과 관련 왕의 병증과 이에 대한 처방 내용을 보강했습니다. 한약은 사람 계절 환경마다 다르게 처방해야 하는데 실록에는 대략적으로 어떤 약을 썼다고만 돼 있는 반면, 승정원일기에는 어떤 것을 얼마나 하루에 몇 번 어떻게 썼는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는 거죠.”
승정원일기의 임상기록은 굉장히 풍부하다고 한다. 환자(왕들)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었는지, 그 후손들이 누구인지 유전자로 특정되는 등 이 같은 기록들과 근대 한의사들의 연구를 토대로 하면 놀라운 의학적 발전의 실마리나 바탕으로 삼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또한 번역된 승정원일기 의료기록 중에는 한의학 용어를 엉뚱하게 번역하거나, 병을 뜻하는 단어인지 아니면 약을 뜻하는 단어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등 착오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는 한의사, 역사학자, 의사들의 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협력해서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본질적으로는 전통과학사의 맥락에서 한의학 책들을 펴내는 것이죠. 한의학도 몇 천 년에 걸쳐 데이터를 축적했는데 누군가 실험과 정량화를 통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할 기록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독자가 이런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