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찾아 그 뜻을 기리고 후손들을 돌보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찾거나 돌보기가 쉽지만은 않은데 해외에서 항일운동을 한 경우에는 더 그렇다. 생활고로 유품 등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도 하고, 세대가 지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후손들도 많기 때문이다.
▷전남대 김재기 교수팀이 최근 멕시코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25명을 찾아냈다. 1905년 이민 간 후 북미지역 독립운동 단체인 대한인국민회 멕시코 지방회를 결성해 3·1운동과 광주학생항일운동 후원금 모금, 광복군 지원 등에 나선 분들이라고 한다. 김 교수팀은 코로나19로 현지에 가지 못해 당시 이민자 명단, 대한인국민회 기관지 기사 등의 사료를 페이스북을 통해 300여 명의 멕시코 한인 후손들과 공유하며 찾았다.
▷김 교수가 해외독립운동가 후손 찾기에 나선 것은 2016년 쿠바에서 겪은 일 때문이라고 한다. 쿠바에서 활동한 독립유공자 13명의 후손을 만났는데 그중 한 명만 서훈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나라가 안 하면 나라도 하자’는 마음에 이들 13명의 활동을 소개하고 쿠바·멕시코 지역의 미서훈자 발굴에 나서고 있다. 모두 사비로 하고 있다. 개인도 찾아가서 할 수 있는 일을 왜 나라가 못 하는가. 오늘은 제75주년 광복절이다. 그 빛을 있게 해준 분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고 부끄럽고 참담하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