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개발로 집중호우 침수 피해 잦아져 재난급 호우엔 기존 하천관리 방식 한계 빗물 단계부터 유량 관리하는 발상 필요 기후위기 대비 선제적 관리법 모색해야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국회물포럼 부회장
물난리의 원인은 하수시설이나 하천이 감당할 수 있는 배수능력보다 더 많은 빗물이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하수시설이나 하천을 따라 흘러내려가는 물의 양은 강수량과 면적에 비례한다. 여기에 ‘유출계수’라는 변수가 또 추가된다. 유출계수란 땅에 떨어진 빗물량 중 하수시설이나 하천으로 흘러 내려가는 빗물량의 비율로 지면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녹지가 개발로 인해 콘크리트로 덮이면 유출계수가 커지면서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더 많은 빗물이 흘러내려가게 되는 셈이다.
도로나 주차장 건설, 건축물이나 비닐하우스 설치, 태양광 패널 설치 등 기존의 토양표면을 바꾸는 다양한 것들이 유출계수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렇게 바뀐 도시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하수도의 배수능력을 초과하고, 결국 도시를 침수시키고, 하천의 범람까지 초래한다. 강수량은 자연현상이라 어쩔 수 없지만 유출계수는 인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빗물의 양을 줄여서 침수를 방지할 수 있게 만든 모범적인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한다. 하나는 서울 광진구 주상복합 단지의 빗물관리 시설이다. 설계단계부터 단지 내에 떨어지는 모든 빗물을 받도록 1000t짜리 빗물저장시설을 세 개 만들어 홍수방지용, 수자원확보용, 비상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빗물관리시설을 만들었다. 성공을 확인한 서울시는 빗물 시설을 설치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조례를 제정했다.
또 하나는 서울 관악구 서울대 35동의 오목형 옥상녹화이다. 옥상에 떨어진 빗물을 모아서 쓰도록 만든 옥상녹화는 빗물을 적게 내려가게 하면서 열섬현상을 해소해주고, 꽃밭과 채소밭에서 작물 재배도 하면서 공동체 구성원 간의 친화력을 높였다. 만약 서울 강남역 주위의 많은 건물에서 빗물저장시설을 만들고 오목형 옥상녹화를 해 각 건물의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잡아주면 상습적인 강남역 침수를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하수도의 용량이 부족해진 기존의 도시에서 흘러가는 빗물의 양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자. 체육관, 기차역사, 농수산물시장의 지붕 같은 넓은 지붕면은 빗물 받기에 최적이다. 관공서부터 솔선수범하여 지붕에 떨어진 빗물을 받자. 학교의 넓은 지붕에서 빗물을 받아서 활용하면 교육적 효과도 있다. 빗물이 떨어진 각 지역의 특색에 따라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빗물을 모으고 활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빗물을 빨리 흘러가도록 해서 하천에서 제방과 댐으로 관리해왔다. 그러나 최근 집중호우가 발생하자 금강, 섬진강, 낙동강의 댐들이 물을 가두지 못한 채 방류를 해서 제방이 붕괴되고 마을이 침수되는 물난리를 초래했다. 즉, 빗물을 하천에서 모아서 관리하는 방법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법에 따라 도시를 개발할 때 추가로 유출되는 빗물의 양에 대해서 개발 주체가 빗물 관리시설을 설치하거나 분담금을 내도록 하여 빗물의 유출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이를 장려하기 위해 이행 여부에 따른 경제적 혜택이나 벌칙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빗물을 버리기보다는 모아 관리하는 생각의 전환이 시급하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국회물포럼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