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규 씨가 크로스핏 웨일 미아점에서 로잉(조정 노 젓기 동장)을 하고 있다. 아마추어 사진가 정동운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한약재상 백설물산을 운영하는 이문규 씨(78)는 80세를 눈앞에 뒀지만 누구보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그 배경엔 ‘2030’ 젊은이들이 즐기는 크로스핏이 있었다.
이문규 씨가 크로스핏 웨일 미아점에서 로프를 오르고 있다. 아마추어 사진가 정동운.
이문규 씨가 크로스핏 웨일 미아점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다. 아마추어 사진가 정동운.
“솔직히 처음엔 줄넘기를 30회도 못해 숨을 헐떡였다. 지금은 100회를 넘게 해도 거뜬하다. 심폐능이 좋아진 것이다. 근력도 좋아졌다. 게다가 유연성도 요가를 할 때보다 좋아졌다. 60세를 넘기며 여러 가지 운동을 해봤지만 크포스핏이 가장 좋다고 느끼고 있다.”
이문규 씨가 크로스핏 웨일 미아점에서 스파이더 얼티밋챌린지의 한 동작인 토스투바(Toes to Bar)를 하고 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 정동운.
물론 젊은이들처럼 강도 높게 운동을 하지 않는다. 이 씨는 “젊은이들이 팔굽혀펴기 등 특정 운동을 20개 한다고 내가 그렇게 할 순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2개, 3세, 5개씩 하다보면 나중엔 10개, 20개까지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크로스핏 웨일 미아점의 코치들도 이 씨에게 강조하는 게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것. 천천히 꾸준하게 하면 몸은 변화한다는 스포츠 과학적 원리에 따라 세밀하게 지도하고 있다. 특히 부상 당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이 씨는 7월 11일 강원도 동해 망상해수욕장에서 열린 2020 스파르탄 레이스 스프린트 5km를 완주하고 왔다. 스파르탄 레이스도 젊은이들이 즐기는 ‘극한 레이스’다. 스파르탄 레이스는 5km부터 10km, 21km까지 달리며 다양한 난이도의 장애물을 정복해나가는 레이스다. 달리는 장소도 도로가 아닌 모래해변이나 산길 등 쉽지 않는 곳이다. 5km는 장애물 20개, 10km는 장애물 25개, 21km는 장애물 30개를 넘는 식이다. 장애물은 넘는 것, 건너는 것(물, 밧줄), 드는 것, 던지는 것 등 다양하다. 이 씨는 망상해수욕장 해변 모래를 달리며 다양한 장애물을 넘었다. 그는 “창던지기 등 일부 종목은 내가 도저히 소화를 못했다. 하지만 즐거운 경험이었고 내년에 꼭 다시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9월 열리는 2020 스파이더 얼티밋챌린지에도 도전한다. 2016년부터 진행된 얼티밋챌린지는 체력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운동인 크로스핏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체력왕’을 가리는 것이다. 장애물(허들) 달리기를 하는 사이사이에 턱걸이와 팔굽혀펴기, 토스투바(Toes to bar·철봉에 매달린 채 두 발끝을 동시에 바에 닿게 하는 동작), 바터치버피(Bar touch burpee·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일어나 머리 위 바를 터치한 뒤 푸시업) 등을 일정 횟수 한 뒤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다. 규정대로 동작을 하지 않으면 카운트를 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3분 마라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이 씨는 특별 초청 케이스로 출전한다.
이문규 씨가 크로스핏 웨일 미아점에서 데드리프트 85kg을 들어보이고 있다. 아마추어 사진가 정동운.
이 씨는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모두 “크로스핏을 하라”고 권유한다. 그는 “내가 해본 최고의 운동이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친구 등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다치니 그만하라’고 하면서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요즘 약재를 팔면서도 운동을 해야 효과가 좋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운동을 병행하는 사람들은 약효를 받아 금세 건강해졌다고.
이문규 씨가 크로스핏 웨일 미아점에서 로프를 타기 전 포즈를 취했다. 아마추어 사진가 정동운.
크로스핏을 즐기는 이 씨에게 나이는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