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규 미국 뉴욕주 검사·작가
흔히들 삶을 길에 비유하곤 한다.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꽃길’만 걸을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인생이라는 길엔 분명 늪도, 사막도, 협곡도 존재한다.
이렇듯 시련으로 점철된 링컨의 인생에서도 가장 큰 시련이자 도전은 남북전쟁의 종전과 노예제의 폐지였다. 이는 분열된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문제이기도 했다. 이 중대한 사명 앞에서 고뇌하는 링컨에게 급진개혁파의 수장 새디어스 스티븐스 의원은 강경한 대응을 요구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르는 국민에게 이상과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을 밀어붙이는 것이 지도자의 마땅한 역할이라며….
위 대사는 그에 대한 링컨의 답변이다. 링컨은 ‘신념’의 가치를 이해하면서도, 맹목적인 추구는 경계했다. 무엇보다 신념을 성취 가능한 ‘현실’로 바꾸기 위해선 이해와 설득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래서일까. 영화 내내 그는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종전과 노예제 폐지라는 과업을 이루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도 19세기 미국 못지않게 분열된 사회를 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의 나침반을 확인해야 한다. 내 신념만 맹목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틀렸을 가능성은 없는지, 늘 경계해야 한다. 끊임없이 흔들리며 방향을 찾는 나침반의 바늘처럼.
이민규 미국 뉴욕주 검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