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찾는 새로운 미래]〈1〉 창농으로 꿈 찾는 청년농부들
“고향 돌아와 CEO 됐어요” 감성적인 문구가 담긴 포장 판매로 온라인 판로를 개척한 신현돈 씨(왼쪽 사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만난 팬을 소비자로 만든 송승리 손다은 씨 부부. 이 청년 농부들은 젊은 소비자의 수요를 파고들며 성공적으로 농업 분야에 안착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송승리 손다은 씨 부부 제공
약 2만6400m² 규모의 농장에서 재배되는 복숭아, 살구, 포도 등 모든 과일은 온라인 직거래로 판매된다. 신 씨가 온라인 판매에 집중한 건 도매 단위로 경매가 이뤄지는 공판장을 거치는 것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온라인으로 직거래하면 포장부터 배송까지 신경 써야 할 게 많지만 그만큼 수익이 늘어납니다. 살구를 팔 때 좋은 품질에 ‘너랑 살구 싶어’ 같은 홍보 문구까지 더하니 효과가 좋네요.”
○ 30대 46% “농업 비전 보고 뛰어들었다”
대구에서 6년간 직장생활을 하던 신 씨는 귀농을 결심하고 지난해 초 고향 경북 영천으로 돌아왔다. 농장을 열고 농업에 뛰어든 그는 온라인 직거래뿐만 아니라 2차 가공품에도 눈을 돌렸다. 살구를 동결 건조해 만든 ‘살구칩’이 대표적이다. 살구처럼 특정 시기에만 먹는 과일을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개발한 상품이다.
신 씨는 “살구는 유통기한이 짧아 냉장 보관을 해도 3주 안에 먹어야 하는데 살구칩의 유통기한은 2년”이라며 “수확 철이 아닐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신개념 유통망으로 무장한 청년 농부들이 잇달아 농업에 뛰어들어 농촌 현장을 바꿔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촌한 31만7660가구 가운데 44.3%가 30대 이하 청년층이었다. 전년(43.8%)보다 비중이 0.5%포인트 늘었다. 30대 이하 귀농 인구의 46.3%는 ‘농업의 비전 및 발전 가능성’을 보고 농업에 뛰어들었다고 답했다.
창농(創農), 귀농에 나서는 청년이 많아질수록 국내 농업의 체질이 개선되고 농업이 미래 성장 동력이자 청년 실업난에 숨통을 틔우는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SNS로 판로 뚫고 혁신 아이디어로 승부
송승리(33) 손다은 씨(29) 부부가 직장을 그만두고 경북 의성군 안평면으로 귀농한 건 2017년이다. 양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부터 농부를 꿈꿨던 남편의 마음을 도시에서만 살았던 아내가 받아주면서 부부 농부가 됐다.
송 씨 부부는 농장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온라인 직거래로 팔기 위해 ‘빅토리팜’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소비자들이 직접 농장을 방문해 파종, 수확 체험 등을 하는 팜파티(Farm Party)도 열고 있다. 손 씨는 “팜파티를 체험한 사람들이 빅토리팜의 고정 고객이 되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이 있지만 송 씨 부부는 올해 상반기(1∼6월)에 온라인 직거래로만 올린 매출이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1억6000만 원)을 넘겼다.
○ 지역 일자리 살리기에도 일조
농업회사법인 ‘청년연구소’를 운영하는 이석모 씨(29)는 ‘전천후 청년 농부’이자 ‘20대 지역 기업인’으로 불린다. 경북 청송군에서 직접 사과를 재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사과 유통과 가공품 개발까지 맡고 있어서다.
이 씨는 현재 직원 11명과 함께 청송 지역 농가 발전에 힘쓰고 있다. 서울 등 다른 지역 출신 직원들도 모두 청송으로 거주지를 옮겨 일하고 있다. 창업 초기인 2017년 3400만 원 수준이던 청년연구소 매출은 지난해 23억2600만 원으로 급성장했다. 이 씨는 지역 농가의 수익을 높이고 탄산사과주스 제조 특허를 받는 등 성과를 인정받아 5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농촌융복합산업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씨는 “갈수록 건강한 먹을거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농업에 새로운 혁신 기술이 결합된다면 미래 산업으로 충분히 성장할 여지가 있고 농부 개인의 미래는 물론이고 지역 경제를 바꿀 기회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