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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땐 몰랐죠, 가슴뛰는 창농의 길”

입력 | 2020-08-17 03:00:00

[농촌에서 찾는 새로운 미래]공무원 꿈 접고 농업 뛰어들어
임산부도 안심할 작두콩 커피로 2년만에 직원 6명 둔 CEO 변신




작두콩 커피를 만드는 농업회사법인 ‘그린로드’를 운영 중인 김지용 대표가 농장에서 작두콩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지용 대표 제공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는 게 미래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시험을 준비하는 내내 설렘과 기대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더라고요. 공무원의 꿈을 접고 농업에 뛰어든 뒤부턴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뜁니다.”

전북 익산시에서 작두콩 커피를 만드는 농업회사법인 ‘그린로드’를 운영하는 김지용 대표(36)는 20대를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지냈다. 7급 공무원을 준비하던 그는 우연히 농사일을 접하고 인생의 궤도를 틀었다. 용돈벌이로 붕어빵 장사를 하다 만난 동네 어르신의 밭일을 돕다가 창농(創農)에 새로운 미래가 있다고 본 것이다.

29세에 늦깎이로 한국농수산대에 입학한 김 대표는 작두콩 공부에 매진했다. 작두콩을 볶으면 커피와 비슷한 향과 맛이 난다는 점에 착안해 작두콩 로스팅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2018년 선보인 ‘작두콩 커피’는 노인과 임산부가 커피 대신 마실 수 있는 차로 인기를 끌면서 최초 판매에서 1800만 원어치가 팔렸다. 2년이 지난 현재 김 대표는 직원 6명을 이끄는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작년부턴 미국 싱가포르에 작두콩 커피를 수출하고 있으며 프랑스 베트남 등에서 해외 바이어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성원영농조합법인 채영곤 대표(33) 역시 공기업인 한국마사회에서 인턴 생활을 하다 농업에 뛰어들었다. 도시에서 밍밍한 맛의 밥을 먹을 때마다 고향 전남 진도군에서 부모님이 재배한 쌀맛이 그리웠던 그는 쌀을 신선식품처럼 유통하기 위해 직접 회사를 차렸다. 그래서 내놓은 게 품종별로 300g씩 캔에 넣어 포장한 ‘맥주캔 쌀’이다. 20, 30대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찾는 ‘맛있는 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김 대표와 채 대표처럼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농업과 농촌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청년 농부가 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시름하는 대신 도전정신과 창의력에 혁신 기술력을 결합해 농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바꾸고 있는 개척자들이다.

동아일보는 농업, 농촌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는 청년 농부를 비롯해 ‘언택트 마케팅’으로 성장한 농가, 농촌의 ‘4차 산업혁명’인 스마트팜을 일구는 농부 등을 소개한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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